암호화폐의 시작인 비트코인은 여전히 독보적이고 대표적이다. 하지만 원래 목표였던 ‘화폐’ 역할을 기대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어떤 이들은 희소성에서 ‘투자 가치’를 보고, 어떤 이들은 ‘상징성’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실제적인 활용 측면에서는 혁신성을 자랑하는 수많은 암호화폐 프로젝트와 거기서 파생된 더 화려한 생태계에 관심이 쏠려있다.
샘슨 모우(Samson Mow)는 시세 등락이나 대중 관심과 상관없이 비트코인을 ‘유일한 미래 화폐’이자 ‘새로운 금융 생태계의 기초’라고 믿는 비트코인 절대주의자다. 대형 비트코인 거래소 'BTCC'와 비트코인 인프라 기업 '블록스트림(Blockstream)'을 이끌면서 자신이 본 비트코인 이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길을 걸어왔다.
비트코인 절대주의자의 시각으로 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스테이블코인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암호화폐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본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샘슨 모우입니다. 비트코인 분야에 들어와서 처음 한 일은 BTCChina 거래소 운영이었어요. 거기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냈죠. 상당히 큰 거래소 사업이었고요. 채굴 사업도 진행했었습니다. 당시에 가장 큰 채굴풀 중 하나였는데 비트코인 해시레이트의 18% 정도를 점유했었죠.
이후에 블록스트림으로 자리를 옮겨서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일했습니다. 블록스트림은 비트코인 인프라 기업이에요. 비트코인 프로토콜, 그리고 리퀴드 사이드체인 같은 레이어 2 기술, 라이트닝 네트워크에 중점을 둔 곳입니다.
저희는 2015년부터 라이트닝 네트워크 개발에 투자하기 시작했어요. 비트코인을 전 세계 누구나 접근해 이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확장시키는 솔루션을 만들기 위해 토양을 제공한 것이죠.
Q 어떻게 비트코인을 처음 알게 됐나요? 이 분야에 들어온 계기는 무엇인지, 그 전엔 어떤 분야에서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2005년부터 게임 개발자로 일했습니다. 유비소프트에서 MMO(대규모 멀티플레이어형 게임) 같이 자체 경제 생태계를 가진 온라인 게임을 만들었어요. 게임 경제 생태계는 많은 관리가 필요했어요. 거의 중앙은행이 국가 차원의 경제를 관리하는 수준이었죠. 인플레이션, 물가, 송금 메커니즘 등을 고민해야 했습니다.
당시에 채굴에 관한 기사를 읽다가 비트코인을 알게 됐어요. 채굴을 어떻게 하는 건지에 대해 읽다가 비트코인이 실제로 ‘비허가형(permissionless)’ 시스템이라는 걸 깨닫게 됐죠. 비트코인은 열린 시스템이었어요. 누구나 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는데, 뒤에서 관리하는 사람은 없는 구조였죠.
2009년과 2010년에 분명 비트코인에 대해 들은 적이 있지만, 그때는 그저 ‘디지털 화폐구나’라고 생각했지 자세히 알지 못했는데, 채굴에 대해 읽다가 갑자기 명확히 알게 된 것이죠. 비트코인은 완전히 탈중앙화 되어 있고, 독특하고, 게임 경제 생태계와는 다르다는 게 명확해졌어요.
원래 채굴을 하려고 했던 건데 본격적인 채굴은 못했어요. 노트북에 (채굴 프로그램을) 설치했지만, 안타깝게도 노트북으로 채굴하기엔 이미 너무 늦은 시기였죠.
Q 현재는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올초 블록스트림을 떠나 새로운 스타트업 ‘JAN3’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JAN3는 ‘초비트코인화(hyperBitcoinization)’를 목표로 하는 비트코인 기술 기업입니다. 쉽게 말해, 전 세계 모든 이들이 비트코인을 보유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JAN3는 1월 3일(January 3rd)이라는 의미에요.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가 최초의 비트코인 블록인 ‘제네시스 블록’을 만든 날이죠. 지금 엘살바도르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나중에 엘살바도르에 ‘비트코인 시티’가 조성되면 그곳으로 이전할 계획입니다.
현재는 ‘아쿠아(Aqua) 월렛’을 재출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리퀴드비트코인, 비트코인, 그리고 테터(USDT) 같은 스테이블코인을 보관할 수 있는 월렛이에요. 흥미로운 기능들을 지원하죠. 아쿠아는 일종의 ‘테더 월렛’이 될 겁니다. USDT를 이용해 수수료를 지불할 수 있죠. 수수료를 내기 위해 리퀴드비트코인 같은 다른 자산을 보유하지 않아도 스테이블코인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향후 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에서의 활용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Q 게임 개발 스튜디오 ‘픽셀매틱(Pixelmatic)’도 운영하신다고 들었어요.
픽셀매틱은 ‘인피니트 플릿(Infinite fleet)’이라는 SF 장르의 MMO 게임을 개발하고 있어요. 이용자는 우주 함대가 임무를 수행하도록 지휘하면서 영화 스타워즈 같은 서사적인 우주 전투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인피니트 플릿은 ‘리퀴드 네트워크’ 등 블록스트림이 개발한 기술들을 접목하려고 작업하고 있어요. 게임 화폐는 중앙화된 데이터베이스가 아니라 리퀴드 체인에 토큰으로 존재합니다. 판매하진 않고요. 모든 MMO 게임이 그렇듯 게임을 하면서 획득할 수 있죠. 게임 화폐는 암호화 토큰이고, 게임에 나오는 모든 함대는 NFT입니다. 플레이어들이 서로 다른 암호화폐를 교환하는 ‘아토믹 스왑’을 할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MMO 게임은 대부분 화폐와 아이템을 사고팔 수 있는 유통시장이 있어요. 이런 활동이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픽셀매틱은 이런 활동을 위한 더 나은 툴을 제공할 수 있죠. 플레이어는 아이템을 구입할 때 게임 화폐를 온체인에서 직접 교환할 수 있어요. 사기 당할 걱정 없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거래가 가능해질 겁니다.
Q 게임 시장 전반이 블록체인 기술을 채택할 거라고 생각하나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다른 블록체인 게임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일하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게임들은 스스로 (게임하며 수익을 얻는) 플레이투언(P2E)이나 (활동을 통해 수익을 얻는) 엑스투언(XTE)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어요. 이런 마케팅 용어를 앞세워 ICO 같은 걸 하면서 토큰을 사게 하고, 게임에서 토큰을 사용하게 만들죠.
저희는 이런 마케팅 용어를 이용하지 않습니다. 그건 단지 파밍(Farming, 게임에서 아이템∙돈을 모으기 위한 활동)’이에요. 파밍은 정말 오래 전부터 있던 개념이고요. 저는 한국에서 만든 MMO 게임 ‘리니지2’를 하곤 했는데요. 파밍이 엄청나게 많아요. 새로운 개념이 아닙니다. 상당히 오래된 무언가를 화려한 용어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죠. 메타버스 개념도 블록체인과 토큰이 있기 전부터 존재했습니다.
픽셀메틱은 단지 좋은 게임을 강화시키고 싶어요. 저희는 게임에 가장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블록체인 기술은 뒤따라 오는 것이죠. 게임 경험에서 기술이 중심에 올 순 없어요. 저희는 플레이어가 비수탁형 디지털 자산을 통해 더 많은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