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패션 브랜드 프라이마크(Primark)의 최고경영자(CEO) 폴 마찬트(Paul Marchant)가 여성 직원과의 부적절한 행동 의혹이 제기된 이후 자진 사임했다. 모회사인 어소시에이티드 브리티시 푸드(Associated British Foods, ABF)는 외부 법률 자문을 통해 조사를 진행했으며, 마찬트는 자신의 행동이 기업 내 윤리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해당 여성에게 사과했다.
ABF의 CEO 조지 웨스턴(George Weston)은 “동료와 타인을 존중하고 존엄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우리 조직의 기본 원칙”이라며 “기업은 어떤 개인보다 더 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장기적인 사업 운영을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책임 있는 행동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회사 측은 문제를 제기한 여성과도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으며,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찬트는 2009년 프라이마크 CEO로 취임해 창업자인 아서 라이언(Arthur Ryan)의 뒤를 이었다. 그가 이끄는 동안 프라이마크는 영국과 아일랜드를 넘어 해외 사업을 적극 확장하며, 저렴하고 유행을 반영한 의류로 젊은 소비자 중심의 광범위한 고객층을 유치해왔다. 소매 컨설팅 회사 새비(Savvy)의 분석가 캐서린 셔틀워스는 “프라이마크는 가성비 좋은 의류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했고, 글로벌 공급망 최적화 흐름과 맞물리며 매력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존에도 조명을 피하는 경영 스타일로 알려졌으며, 리더십보다는 매장 운영과 제품 중심의 전략을 펼쳐왔다. 2022년 BBC와의 인터뷰에서는 “우리는 의류의 품질과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며 “더 이상 ‘버리는 옷’을 만들고 싶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프라이마크는 일부 시장에서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연말 쇼핑 성수기를 포함한 최근 실적 발표에서 영국과 아일랜드 내 매출 감소가 확인됐고, 이는 전체 매출의 약 45%를 차지하는 핵심 지역이다. 이 여파로 ABF 주가는 공시 당일 4% 가까이 하락해 18.64파운드로 마감했다.
하그리브스 랜즈다운(Hargreaves Lansdown)의 투자 전략 책임자 수재너 스트리터(Susannah Streeter)는 “마찬트의 갑작스러운 퇴진은 소비 심리 약화와 매장 방문자 수 감소, 시장점유율 하락 등 여러 불확실성이 겹친 시점에서 발생했다”며 “특히 해외 시장 확장 속도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마찬트의 사임 직후, ABF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이오인 통(Eoin Tonge)이 프라이마크의 임시 CEO를 맡게 됐다. 통의 기존 자리에는 조애나 에드워즈(Joana Edwards) 재무통제 책임자가 승진했다. 회사는 두 인물 모두 해당 역할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역량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