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100일 동안 미국 증시는 지난 50년간 어떤 대통령 정권보다 나쁜 출발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는 트럼프가 재임에 들어간 지난 1월 20일부터 4월 29일까지 약 7% 하락했다. 1974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사임 후 제럴드 포드 대통령 취임 시기 주가가 11% 넘게 하락한 이후 최악의 출발이다.
정치권에서 대통령의 첫 100일은 상징적 의미가 크지만, 경제 전반에 끼치는 영향은 그리 단기간에 정량적으로 평가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취임 직후부터 미국 경제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대외 관세를 10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며, 연방준비제도(Fed)의 독립성까지 위협하며 시장 불안을 부추겼다. 이로 인해 소비자 신뢰지수는 급격히 하락했고, 경기침체 가능성이 현실적인 우려로 부상하면서 투자자와 기업 모두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재무시장 입장에서 트럼프의 재임 초기 상황은 아이러니하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해 취임하던 날, 월가는 기업 감세·규제 완화·인수합병 활성화 등 친기업 정책 기대감으로 주가 상승세를 이어갔다. 실질적으로 주가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소비심리 지표가 꺾이면서 시장은 방향을 틀기 시작했고, 글로벌 투자자 사이에서도 차익실현 분위기가 확산됐다. 그 결과, 일부 구간에서는 수십 년만의 급락장이 펼쳐지기도 했고,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다시 급반등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이 반복됐다.
시장 혼돈은 트럼프를 지지했던 재계 인사들에게조차 곤혹스러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기업이익 개선과 주주 친화적 환경을 기대했던 대기업 CEO와 중소기업주들은 강경 관세 정책에 반기를 들고 있으며, 연일 이어지는 경제 정책 혼선에 대한 피로감도 누적되고 있다. 일부 월가 인사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공개 비판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은 정치적 지지층 내에서도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트럼프 정부 초기의 주가 흐름은 단순한 지수 등락을 넘어, 미국 경제의 정책 방향성과 글로벌 시장과의 관계 설정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주식시장이 아직 대통령의 전면적 경기 부양이나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점에서, 향후 수개월간 정책 기조 변화가 없을 경우 투자 심리 회복이 더뎌질 수 있다. 금융시장의 혼란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