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 발표한 광범위한 관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 의장은 관망 기조를 유지하며 금리 정책에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 주요 품목에 대해 대대적인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다. 이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워치(FedWatch) 도구에 따르면, 다수의 트레이더들은 연말까지 1%포인트에 달하는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4.25~4.50%)에서 네 차례 각각 0.25%포인트씩 낮춘다는 기대를 기반으로 한다.
경제 전문가들 또한 연준의 통화 완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4일 개최된 미국 경제전문기자협회(SABEW) 연례 회의에서 “정책적으로 서두를 필요는 없다”며 “적절한 통화정책 방향을 지금 확정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변동성이 큰 환경에서는 관세 정책이 실물 경제와 인플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지켜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지난 정례회의에서 올해 안에 두 차례의 금리 인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 이후 이러한 계획이 수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라는 복합 위험이 동시에 도래할 경우 연준이 보다 강도 높은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내셔와이드(Nationwide)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캐시 보스트잔식(Kathy Bostjancic)은 “물가가 오르면서 경기가 냉각되면 연준은 일시적인 인플레이션 상승을 감수하고 금리를 빠르게 인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연준의 이중 책무, 즉 물가 안정과 고용 확대라는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기관의 입장을 반영한 분석이다.
현재 시장은 첫 번째 금리 인하 시점을 오는 6월로 예상하고 있으며, 다음 열리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인하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은 28%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연준이 정책 결정에서 신중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
연준은 관세 외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전반적인 경제·무역 정책 변화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더 확인되기 전까지, 급격한 금리 조정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관세로 인해 물가가 오르고 소비자·기업 심리가 악화될 경우, 금리 인하 압력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