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더블록이 인용한 카이코(Kaiko)의 2025년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관세 정책은 암호화폐 시장에 강한 충격을 주었으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포함한 주요 암호화폐 거래량은 대선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주간 평균 거래량은 약 2660억 달러로, 전분기 대비 약 30% 감소했다. 특히 해외 거래소의 활동 저하와 알트코인 수요 위축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카이코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2월 34%에서 3월 51%로 상승했고, 일부 알트코인은 사상 최고 수준의 변동성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으로 카르다노(ADA)는 변동성 급등 사례로 언급되었다. 이로 인해 위험 회피 성향의 투자자들이 시장 진입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자산 수익률 측면에서는 비트코인이 미국 주식과 금보다 낮은 성과를 보였지만, 인공지능(AI) 테마나 밈코인 중심의 알트코인보다는 선방했다. BTC는 1분기에 약 12% 하락한 반면, AI 및 밈코인은 평균 5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이코는 “이번 금리 인하 기대는 시장이 바란 방향의 사이클이 아니며, 위험 회피 분위기가 시장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유동성 측면에서는 미국 기반 거래소들이 비트코인 시장을 견고히 지탱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CEX.IO, 크라켄(Kraken), 코인베이스(Coinbase) 등 미국 거래소들은 글로벌 BTC 시장 유동성의 60% 이상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는 알트코인 시장 대비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반면 알트코인의 유동성은 1분기에 30% 이상 감소하며 상위 시가총액 자산 중심으로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옵션 시장에서는 트럼프의 관세 발표 직후, 비트코인 단기 변동성(ATM IV)이 202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옵션 시장에서는 여전히 콜옵션 거래 비중이 우세하며, 투자 심리가 완전히 꺾이지는 않았다는 점도 함께 언급됐다.
2분기에 대한 전망은 다소 긍정적이다. 카이코는 알트코인 ETF 출시, 스테이블코인 규제 확정,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 명확화 등이 상승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SEC의 신임 위원장 폴 앳킨스(Paul Atkins)가 친(親) 암호화폐 성향을 보이며, 현재 계류 중인 40개 이상의 ETF 신청 건에 대해 전향적 검토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스테이블코인 시장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4년 말 대비 33% 증가한 2300억 달러 이상의 공급량을 기록 중이며, 이는 과거 자산시장 상승에 선행 지표 역할을 했던 만큼 향후 시장 반등의 전조로 해석될 수 있다고 카이코는 덧붙였다.
백악관은 4월 2일 이른바 '해방의 날(Liberation Day)'에 발표한 관세 정책을 90일간 유예하기로 했으며, 이에 따라 시장은 일시적 안도 랠리를 보였다. 유럽연합도 이에 맞춰 관세 유예에 나섰지만, 협상 결렬 시 보복 가능성을 경고하며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카이코 애널리스트 데시슬라바 오베르트(Dessislava Aubert)는 “규제 명확성과 제도화 움직임이 이어질 경우, 비트코인은 전통 자산과의 디커플링을 시작할 수 있다”며, “달러 약세는 BTC 내러티브 강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