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이 바닥을 찍은 것으로 보이지만, 전문 트레이더들은 여전히 매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3월 30일 저점인 1,768달러에서 약 6.4% 반등했음에도 불구하고, ETH는 여전히 2,000달러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시장 일부에서는 이 같은 부진이 밈코인 붐의 꺼짐과 관련 있다고 분석한다. 밈코인 열풍의 둔화는 이더리움 기반뿐 아니라 전반적인 디앱(DApp) 생태계와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걸쳐 활동 저하로 이어졌다는 진단이다.
연초 이후 이더리움 가격은 44% 하락했으며,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회복 기대감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선물 프리미엄 수치를 보면 3월 31일 기준 2%였던 ETH 선물 프리미엄은 4월 2일에 4%로 소폭 상승했지만, 중립 지표로 간주되는 5%를 밑돌고 있다. 이는 시장 전반적으로 강세 전환을 기대하는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ETH 옵션 시장의 델타 스큐(25% delta skew) 지표 역시 시장 참여자들의 신중한 태도를 반영한다. 중립 상태에서는 -6%에서 6% 사이를 오가지만, 3월 말 9%에서 현재 7% 수준으로 소폭 완화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험 회피 심리는 유효하며, 대형 투자자들 사이에서 추가 하락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ETH 가격 약세는 이더리움 디앱 수익 감소와 직결된 측면도 있다. 올해 1분기 동안 디앱 수익은 49% 급감했으며, 이는 네트워크 활동 자체를 위축시키고 신규 이용자 유입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더리움 생태계의 기반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스테이블코인 보유량은 사상 최고 수준인 약 1,245억 달러(약 181조 5,700억 원)에 근접해 있으며, 탈중앙화금융(DeFi) 분야에서의 TVL(총예치자산)은 490억 달러(약 71조 5,400억 원)에 달하며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밈코인과 메타버스, NFT 등 일부 분야의 위축은 뚜렷하지만,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구조화된 금융 상품이나 복합적인 파생 DeFi 프로젝트 증가 등을 기반으로 꾸준히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 투자자 심리 또한 회복세와는 거리가 있다. ETH 무기한 선물의 자금조달율(funding rate)은 지난 3월 31일부터 중립 수준을 유지 중인데, 이는 소위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않겠다’는 보수적인 투자 전략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최근 2주간 이더리움 현물 ETF에서 3,700만 달러(약 541억 3,600만 원)의 순유출이 발생하면서, ETF가 소매 투자자들의 관심을 제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파생상품 지표가 후행적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반드시 향후 가격 하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트럼프 가족이 운영하는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이 최근 ETH 보유량을 3배 이상 늘렸고, 에릭 트럼프의 공개적인 이더리움 지지 발언도 있었던 만큼, 소폭의 심리 반전만으로도 가격 반전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당분간은 기관과 개인 모두 이더리움을 둘러싼 시장 환경에 대해 조심스러운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