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가격 하락의 원인이 미국 주도의 글로벌 관세 전쟁에만 있다는 주장은 과장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이 중국, 유럽, 캐나다 등을 겨냥한 수입 제한 조치를 본격화한 이후로 투자자 심리가 약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비트코인의 약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월 20일 취임하기 이전부터 이미 시작됐다는 지적이다.
지난 4월 1일 비트코인이 하루 만에 2.2%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3월 7일 이후 89,000달러를 넘어서지 못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침체는 일부 투자자들이 주장하듯, 스트래티지의 52억 5,000만 달러(약 7조 6,500억 원) 규모 비트코인 매수로 저점 방어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1월 21일 대중 수입품에 대한 10% 관세 방침을 발표하기 이전부터 10만 달러선을 넘지 못한 채 수차례 저항에 부딪친 바 있다.
또한 현물 비트코인 ETF로 1월 21일 이후 3주간 약 27억 5,000만 달러(약 4조 200억 원)가 유입되며 기관 투자 수요가 유지됐다는 점 역시 관세 전쟁과의 직접적 상관관계를 약화시키는 근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비트코인 콘퍼런스에서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 계획을 언급하며 기대를 모았으나, 실질적인 행정명령이 3월 6일에야 발표되면서 투자자들의 실망이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혼재된 시장 신호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억제되고 있다는 점도 비트코인의 상승 여력을 제한하고 있다. 미국의 2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5% 상승하는 데 그쳤고, 유로존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2.2% 상승에 머물렀다. 이는 중앙은행들의 긴축 정책이 일정 부분 성과를 내면서 비트코인이 더 이상 강력한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고용 시장 둔화에 따른 위험회피 성향 강화도 비트코인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2월 구인 건수가 최근 4년 새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고 발표했으며, 이에 따라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3.88%로 하락해 투자자들이 보다 안전한 자산 선호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시장 전문가들은 결국 비트코인 가격약세의 주된 원인이 미국 재무부의 대규모 비트코인 매입 기대감 불발, 금리 인하에 따른 타 자산군 선호 증가, 그리고 금이나 단기 국채처럼 더 안정적인 대안 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물론 글로벌 무역 갈등이 일부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준 것은 분명하지만,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전부터 비트코인은 하락 조짐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관세 전쟁이 직접적 원인이라는 해석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