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가상자산 관련 움직임이 미 연방 의회의 스테이블코인 입법 논의에 예상외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프렌치 힐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공화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가상화폐 프로젝트 참여가 입법 협상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힐 위원장의 이례적인 발언은 가상자산 친화 성향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당 소속의 공화당 내에서도 점차 내부 엇갈림이 불거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는 "트럼프 일가의 밈코인 활동과 스테이블코인 발행 검토가 민주당 측과의 협상 과정에서 불필요한 논쟁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는 공화당이 주도하는 입법 과정에 정치적인 변수로 작용하면서, 제도적 장벽을 높이고 있다는 비판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자택에서 World Liberty Financial(WLFI)이라는 디파이 프로젝트를 공식 출범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미국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USD1을 중심으로 스테이킹, 대출, 유동성 제공 등 전통 금융 시스템을 모방한 디파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적을 내세워 왔다. 특히 WLFI는 이더리움(ETH)과 BNB 체인 위에서 전개되며, 3월까지 최소 350만 개 이상의 USD1 토큰이 발행되고 이미 유통이 시작된 상태다.
WLFI는 100% 미국 단기국채나 달러 예금, 현금성 자산 등에 기반해 가치를 담보하고 있으며, USD1은 명목상 법정화폐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정작 이 프로젝트가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 기업 중심으로 운영되며, 수익의 75% 이상을 일가가 차지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문제가 제기된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WLFI는 한때 총 3억6,000만 달러(약 525억 원) 이상을 보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독자적인 밈코인 발행 활동에도 관여해온 정황이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WLFI의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이것이 일종의 ‘정치적 사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민주당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현재 상정된 스테이블코인 법안의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일론 머스크 같은 개인이 국민의 돈을 통제하게 만들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법안 재조정을 촉구했다.
한편, 미국 의회는 상·하원 모두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입법 논의를 진행 중이다. 상원은 이달 초 ‘GENIUS 법안’을 소위원회에서 통과시킨 상태이며, 하원은 ‘STABLE 법안’의 수정과 표결을 이번 주 중 마무리할 예정이다. 양측은 4월 말까지 양원안의 통합과 법안 최종 통과를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가상자산 활동이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가 이어지면서, 가상화폐 시장과 관련 입법 환경 모두 향후 몇 달 간 계속해서 정치적인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제도화 환경 안으로 편입되기를 기대하는 업계 입장에서는, 정치인의 개인 사업이 법안 처리 지연으로 이어지는 상황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