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가격이 3월 마지막 거래일을 앞두고 급락하며 8만 1,500달러(약 1190만 원)까지 하락했다. 미국 뉴욕증시 선물 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해방의 날’ 관세 예고에 따라 일제히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비트코인도 위험 자산 회피 흐름에 동조하며 약세를 이어갔다.
트럼프가 오는 4월 2일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라는 이름으로 예고한 자동차 및 의약품 수입에 대한 25% 관세 부과는 투자자들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상호주의 관세’로 표현하면서, 무역 보복 수준의 세부 내용이 준비되고 있다는 점이 시장에 긴장을 더했다. 다우지수 선물은 206포인트 하락했고, S&P500지수 선물은 0.56% 내린 상태에서 거래됐다. 비트코인 역시 이에 발맞춰 동반 하락하면서 일주일 연속 저점을 갱신했다.
주식 시장도 이달 한 달간 전반적인 부진을 면치 못했다. S&P500은 6.3% 하락했고, 나스닥과 다우지수는 각각 8.1%, 5.2%의 낙폭을 기록했다. 이처럼 비트코인의 약세는 현물 시장에서의 매수세 부족과 더불어 선물 시장에서도 리스크 회피 성향이 강해지며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운 미국의 3월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역시 비트코인 하락의 한 축으로 작용했다. 동시에 미국 소비자신뢰지수는 지난 12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소비와 고용 전망에 대한 신뢰가 크게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내 경기침체 가능성을 기존 20%에서 35%로 상향 조정했다. 보고서는 “가계 및 기업 신뢰 지표 부진, 백악관의 정책 탄력성 유지 방침 등이 경제 둔화를 용인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단기적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강경한 무역 정책 기조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조정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트코인에 새로운 매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최고경영자 마이클 세일러는 소셜미디어에서 비트코인 차트를 공유하며 “더 많은 오렌지가 필요하다”고 언급, 여전히 낙관론을 이어 갔다.
또한 암호화폐 분석업체 크립토퀀트(CryptoQuant)는 3월 한 달 내내 비트코인 누적 지갑으로의 자금 유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이번 가격 조정을 매수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과 무역 기조가 암호화폐 시장에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중장기적으로는 비트코인의 펀더멘털 강세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