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USDT)가 유럽연합의 미카(MiCA) 규제로 인해 상장폐지되고, 미국에서도 새로운 스테이블코인 법안이 추진되면서 글로벌 시장 지배력이 흔들리고 있다.
5일(현지시간) 크립토슬레이트에 따르면, 테더의 규제 리스크가 커지는 가운데 파이 프로토콜 등 경쟁사들이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2025년은 ‘스테이블코인의 해’로 불릴 만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으며, 미국 내 친(親)암호화폐 정부 기조와 맞물려 주요 법안도 본격 추진되고 있다. 현재 테더(USDT)와 서클의 USD코인(USDC)은 전체 시장의 92%를 점유하고 있으며, 테더는 1400억 달러 이상의 시가총액과 4억 명 이상 사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특히 금융 소외 지역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테더는 유럽연합에서 규제 리스크로 인해 시장 접근이 차단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해 말 시행된 ‘미카(MiCA, Markets in Crypto-Assets)’ 법률에 따라, EU 내에서 발행되는 스테이블코인은 전자화폐 기관(EMI)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1:1 준비금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테더는 이를 충족하지 못해 유럽 주요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되었고, 이에 대해 EU 당국의 조치를 ‘졸속이며 무질서한 시장 조성’이라며 비판했다. 하지만 유럽증권시장청(ESMA)은 이미 작년부터 관련 경고를 지속해왔다.
미국에서도 테더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최근 미 상원 은행위원회는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인 ‘GENIUS법’을 본회의로 상정하였다. 이 법은 시가총액 100억 달러 이상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를 연방 수준에서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클은 해당 기준을 충족하며 미국 내 규제 요건도 이행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엘살바도르에 본사를 둔 테더는 미국 내 공식 사업장이 없어 규정 준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공백을 경쟁사들이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테더 공동창업자인 리브 콜린스는 최근 ‘파이 프로토콜(Pi Protocol)’이라는 신규 수익형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한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실물 자산에 기반하며, 이더리움과 솔라나 블록체인에서 2025년 내 출시될 예정이다. 비록 파이 프로토콜이 유럽의 미카 요건을 완전히 충족하지는 않지만, 미국에서는 지난 2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수익형 스테이블코인을 승인하면서 일정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게 됐다.
테더의 CEO 파올로 아르도이노는 경쟁사들이 실제 목적은 ‘테더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견제를 표했지만, 점점 더 많은 규제가 현실화되면서 테더의 독점적 지위는 흔들리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규제 기반 발행자와 비규제 발행자로 나뉘는 양분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지금까지 테더는 압도적인 시가총액과 거래량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해왔지만, 이제는 법적 기반과 투명성 확보 여부가 생존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경쟁의 다음 국면은 단순한 기술력보다 규제 수용성과 신뢰 구축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