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재무부, 암호화폐 규제법 초안 제출…금지 원하는 중앙은행과 '평행선'

암호화폐 규제 방식을 두고 러시아 중앙은행과 재무부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재무부가 의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하며 자체적인 암호화폐 규제 수립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2022년 2월 21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러시아 재무부는 "러시아 내각이 승인한 디지털 화폐(암호화폐) 개념을 기반으로 암호화폐 규제법 초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법안은 암호화폐 결제를 금지하는 정부의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암호화폐를 투자 수단으로 취급할 수 있는 방안을 열어뒀다.

초안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와 장외거래데스크는 일정 조건을 충족해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전담 정부기관에 등록해야 한다. 해외 거래소의 경우, 러시아에 법인으로 등록해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거래소는 이용자에 암호화폐 투자 리스크를 반드시 고지해야 하며 의심 거래가 발생하면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이용자는 은행과 거래소에서 실명인증절차를 밟아야 한다. 암호화폐 리스크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온라인 테스트도 시행한다. 테스트를 통과한 투자자는 연간 최대 60만 루블(약 890만 원)까지, 통과하지 못한 투자자는 5만 루블(약 74만 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적격 투자자의 경우, 금액 제한 없이 암호화폐에 투자할 수 있다.

암호화폐-법정화폐 전환은 모두 은행을 통해서만 실행할 수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자체 암호화폐와 고객 자금을 별도의 계정에서 보관해야 하며, 이용자 암호화폐 월렛 주소 데이터도 관리해야 한다.

법안은 채굴 규제 방안도 포함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전담 정부기관이 채굴 산업을 감독하게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과 재무부가 암호화폐 금지냐 암호화폐 규제냐를 두고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루블' 시범 운영을 추진 중인 러시아 중앙은행은 암호화폐 거래 및 채굴을 전면 금지하기를 원하고 있다. 중앙은행은 암호화폐를 거래하거나 발행한 개인에 최대 50만 루블(약 740만 원), 기업에 최대 100만 루블(약 149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무부는 암호화폐 금지는 인터넷을 금지하는 것과 같다는 입장이다. 재무부는 "암호화폐 전면 금지는 시민들에게 위험을 초래하고 금융기관 은행을 '감염'시켜 불투명한 시장을 만들 수 있다"며 금지보다는 규제에 초점을 맞출 것을 강조했다.

안톤 실루아노프(Anton Siluanov) 재무장관은 2월 18일 "암호화폐 규제법이 이르면 연내 도입될 수 있다"며 "정부와 중앙은행의 규제 관련 입장차를 좁히며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에서도 재무부는 "향후 법안의 추가 작업에서 러시아 중앙은행의 의견도 고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은 전 세계 시장을 흔들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세력이 내세운 두 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고 이곳에 평화유지군 파견을 지시하며 우크라이나 영토 내 러시아군 배치를 공식화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두 공화국에 미국인의 신규 투자 및 무역, 금융을 금지하고, 해당 지역 인사들을 제재할 권한을 부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유럽연합(EU) 역시 푸틴 대통령의 결정을 맹비난하며 제재 등 공동 대응 의사를 밝혔다. EU 집행위원장은 공동 성명을 내고 강력 규탄 입장을 밝히고 "EU는 이 불법적 행위에 관여한 이들에 대해 제재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불안감이 커지자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암호화폐 시장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은 전날 대비 5.03% 하락한 3만 7286달러, 이더리움은 4.48% 하락한 2601.2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XPR, 카르다노(ADA), 솔라나(SOL) 등은 각각 11%가량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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