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이후 오랜 침체기를 이어오던 블록체인 업계는 올해 대전환기를 맞이했다. 암호화폐를 대표하는 비트코인은 올해에만 2번 최고가를 경신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 선물 ETF를 승인했다. 국내 또한 특정금융정보법(이하 특금법)이 시행되며 암호화폐의 제도권 편입이 시작됐다.
토큰포스트는 다가올 2022년을 맞이하기 전, 2021년 블록체인 업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주요 이슈 10가지를 선정해 정리했다.
① 과거보다 더 높이, 비트코인 최고가 경신
비트코인은 올해 연달아 최고가를 경신했다. 2021년 10월 20일 비트코인은 시중 6만 6900달러까지 오르면서 지난 4월의 기록이었던 6만 4899달러를 넘어섰다. 잠시 숨을 고르던 비트코인은 11월 10일 6만 8950달러를 기록하며 최고가를 다시 경신했다.
비트코인을 반등시킨 계기는 SEC의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이었다. 2021년 10월 19일 프로쉐어즈(ProShares)의 비트코인 선물 ETF ‘BITO’가 뉴욕 증시에 상장된 이후 비트코인은 10월 20일 6만 7000달러를 기록했다.
일각에선 비트코인이 연말 10만 달러를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으나, 현재 비트코인은 미국 연준(Fed)의 테이퍼링 축소와 오미크론 확산 등 연이은 불안 요소로 인해 5만 달러를 횡보 중이다. 다만 한 번의 급락을 거치고 올라온 만큼 비트코인은 더욱 안정적인 기반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② 특금법, 암호화폐 시장에 지각 변동을 만들다
올해 국내 암호화폐 업계에 가장 중요했던 이슈 중 하나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의 시행이었다. 찬반 논란과 함께 법 시행에 대한 유예 주장도 제기됐으나, 특금법은 유예 없이 2021년 9월 25일부터 기존 사업자를 대상으로 시행됐다. 이에 따라 하루 전인 9월 24일까지 총 42개의 가상자산사업자가 신고서를 제출했다.
가상자산의 자금세탁 방지를 막기 위해 제정된 특금법은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 큰 영향을 끼쳤다.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중소 거래소들이 원화마켓을 종료하면서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독주 체제가 굳어졌다. 4대 거래소 외의 중소 거래소들은 코인마켓으로 사업을 계속 운영하고 있지만 ‘사실상 4대 마켓만 살아남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금법 시행 이후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실명계좌를 확보하는 데 성공한 중소거래소는 없다.
2021년 12월 23일 금융당국은 신고서를 제출한 42개 가상자산사업자 중 29개 사업자의 신고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심사를 통과한 사업자에게 남은 관문은 가상자산 송금자와 수취인의 정보를 파악하는 ‘트래블룰(Travel Rule)’이다. 가상자산 사업자는 2022년 3월 24일까지 트래블룰 시행을 위한 준비를 마쳐야 한다. 국내에선 두나무 자회사인 람다256과 빗썸·코인원·코빗의 합작법인 ‘코드(CODE)’가 트래블룰 솔루션을 두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③ 블록체인 업계 이끌고 있는 ‘NFT 마켓’
2021년 가장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인 분야 중 하나는 대체불가토큰(NFT)이다. 블록체인을 통해 이미지나 비디오, 수집품 등에 고유 식별번호를 부여하는 NFT는 올해 예술품 시장을 선두로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다.
NFT 전문 분석 사이트 논펀저블닷컴에 따르면 2021년 2분기 전 세계 NFT 거래액은 75억달러 수준으로, 1년 전인 2020년 2분기와 비교해 35배 이상 성장했다. 2021년 3분기에는 이보다도 30억 달러 이상 증가한 107억 달러를 기록하며 거래액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NFT는 추후 메타버스로 대변되는 디지털 세상이 확장될수록 더욱 활용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 업계 전문가는 “그동안 블록체인 업계를 이끌어왔던 것들이 대체가능한 암호화폐였다면, 이제는 NFT가 블록체인 업계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④ 제도권 안착의 첫발, 비트코인 선물 ETF 출시
2021년 10월 19일 자산운용사 프로쉐어즈(ProShares)의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 ‘BITO’가 뉴욕 증시에 상장됐다. 2013년 윙클보스 형제가 비트코인 ETF를 신청한 지 8년 만이다. 첫 비트코인 ETF 출시에 시장 반응은 말 그대로 폭발적이었다. BITO는 상장 첫날 9억 8000만 달러의 거래액을 기록하며 역대 ETF 중 상장 첫날 거래액 2위를 차지했다.
SEC가 승인한 해당 ETF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선물 지수를 추종하는 ‘선물(Futures)’ ETF이다. 암호화폐를 직접 구매하거나 보관하지 않아도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관 및 일반 투자자들의 참여를 높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1년 11월 12일 SEC가 반에크(VanEck)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거절하면서 연내 현물 ETF 출시는 불발됐다. 그럼에도 선물 ETF 출시로 비트코인이 제도권 편입의 첫발을 뗐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이더리움, 리플 등 메이저 코인과 연계된 투자 상품도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는 현물 ETF 출시도 시간문제라는 입장이다.
⑤ 화폐 가치 없다던 비트코인, 엘살바도르서 법정화폐 되다
비트코인이 등장한 이후로 암호화폐가 통화로 기능할 수 있는가는 끝나지 않는 논쟁과도 같았다. 가격 변동성이 극심하다는 단점 때문에 절대 화폐로 활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2021년,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도입한 국가가 나타났다. 중남미에 위치한 작은 나라 ‘엘살바도르’가 그곳이다.
2021년 6월 나입 부켈레(Nayib Bukele)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후 여당이 과반을 장악하고 있던 엘살바도르 의회가 이를 통과시키면서 비트코인은 2021년 9월 7일 정식으로 엘살바도르의 법정화폐가 됐다.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받아들인 이유는 막대한 송금 수수료 때문이다. 엘살바도르 국민의 상당수가 미국 등 북미에서 경제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이들이 보내는 돈의 수수료만 매년 4억 달러(한화 약 4700억 원)로 엘살바도르 GDP의 20%에 달한다. 부켈레 대통령은 “송금 수수료로 인해 상당한 경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비트코인을 도입하게 되면 이런 송금 수수료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비트코인 법정화폐 도입 이후 정부에서 개발한 비트코인 지갑 ‘치보(Chivo)에서 사용이 중단되거나 해킹 피해자가 속출하는 등 기술적 결함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비트코인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을 부수고 불태우는 시위를 벌이며 반감을 표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