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부터 NFT까지,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자산이 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다만 비싼 돈을 치르고 NFT를 구매해도 이를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한 상태다. 다날핀테크의 ‘페이코인’은 단순한 가상자산 결제를 넘어, 가상과 현실 세계를 잇는 기축통화를 꿈꾸고 있다.
전 세계 어디서든, 가상이나 현실이나 페이코인만 있으면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만든다는 포부다. 블록체인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가고 있는 황용택 다날핀테크 대표에게 페이코인의 출발과 미래를 물었다.
BBR 12월호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인과 다날핀테크 소개 부탁드립니다.
황용택 다날핀테크 대표이사입니다. 저는 다날핀테크에 합류하기 전 신용카드 업계에서 30년간 종사했습니다. 그동안 지불결제시장을 선도해온 신용카드처럼 앞으로 결제 시장의 미래를 이끌어갈 기술은 ‘블록체인’이라고 생각하던 때에, 다날이라는 회사를 만나 ‘페이코인’서비스를 이끌게 되었습니다.
다날핀테크는 국내 통합 결제 전문 회사 다날의 가상자산 프로젝트 자회사입니다. 가상자산 ‘페이코인(PCI)’을 활용한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약 7만여 개의 가맹점과 전 세계 유니온페이 약 3천만 개의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습니다. 약 200만 명의 가입자 수를 확보하고 있고, 월평균 70만 명의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결제 서비스 이외에도 비트코인 전환 결제 서비스, 비트코인 ETF 투자 서비스 등 가상자산을 활용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결제서비스 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다날핀테크가 가상자산 결제라는 신사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새로운 분야에서 발견했던 사업 기회는 무엇이었습니까?
저는 삼성카드와 현대카드에서 30년 정도 결제 사업 일을 했습니다. 다날도 20년간 휴대전화 결제 쪽으로 사업하던 회사였는데, 똑같은 고민이 양쪽에 다 있었던 것 같아요. 금융시장 시스템은 30년, 50년 된 시스템 그대로 쓸 정도로 굉장히 오래됐습니다.
예를 들면 1970년대에 텔렉스(Telex)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국제은행간결제시스템(SWIFT)을 아직도 쓰고 있습니다. 아프리카는 둘째치고, 미국에 송금하려고 해도 굉장히 복잡해요. 결제, 카드, 페이도 마찬가지로 1940년대 말에 나온 신용카드 시스템을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결제하는 잠깐 사이 밴(VAN)사, 지불대행사(PG), 은행 등 굉장히 많은 곳을 거치고 하나하나 비용을 요구합니다.
디지털 세상에선 24시간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연락도 하고 다양한 일을 하는데 유일하게 금융만 그게 안 됩니다. 이런 결제 시스템을 개선하고 시장 파워를 잡을 수 있는 기술을 고민하다 블록체인을 보게 됐습니다. P2P베이스의 블록체인 기술은 중간자가 필요하지 않거든요. 은행도, 관리자도 없는 블록체인을 잘 활용하면 결제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블록체인은 새로운 기술인만큼 아직 안정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금융시장은 상호 간 신뢰가 정말 중요한데, 블록체인을 도입했을 때 시장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느냐도 문제죠. 비효율적이지만 안정적인 기존 금융과 효율적이지만 불안정한 블록체인, 이 사이에서 다날과 제가 찾은 지점이 페이코인입니다. 중간자를 최대한 많이 없애되, 시장 신뢰를 위해 페이코인 하나만 남기는 거죠.
페이코인은 출시 2년 만에 많은 가맹점을 확보하며 시장에서 활용처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많은 업체와의 제휴 소식이 들려오는데, 지금까지 가맹점을 많이 확보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사업 초기 가맹점 확보에 있어서 모회사인 다날의 덕을 크게 봤습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 저희 같은 모델을 하고 싶은 곳이 전혀 없었을까요? 다만 결제 대행사 입장에선 결제 후 정산을 위한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데, 암호화폐 회사가 “우리 믿고 결제해 주면 3일 후에 돈을 줄게” 해도 믿고 기다려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비즈니스 모델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문제는 시장의 신뢰가 있느냐 없느냐인거죠.
다날은 오랫동안 결제 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서비스를 키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저희 쪽에 먼저 제휴를 요청하는 회사가 많아요. 몰랐을 때는 암호화폐 결제를 이해 못 하지만, 이 정도의 혜택이 있는 결제 수단이 사실 흔하지 않거든요.
아무래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현금보다는 사용이 불편하고 변동성 위험도 감수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현재 다양한 할인 혜택을 통해 사용자에게 메리트를 부여하고 있는데, 이것이 장기적인 사업 플랜으로 유지가 가능한가요?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요?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만약 삼성전자나 테슬라 주식으로 밥 먹을 때나 편의점에서 결제할 수 있다면, 현금을 가질까요, 테슬라를 가질까요? 제 생각에는 상당수가 테슬라 주식을 가지고 있을 것 같아요. 오를지 안 오를지는 모르지만, 내가 필요할 때 바로 물건을 살 수 있다면, 또 다른 얘기가 되는 거죠. 사용의 불편함은 결국 인식의 문제이고, 페이코인의 매력을 어떻게 높이는가가 중요합니다.
저는 앞으로 세상이 플랫폼을 넘어서 지갑의 시대로 간다고 생각해요. 그 지갑 안에 현금을 담을 수도 있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담을 수도 있고, 디지털 자산이 들어갈 수도 있죠. 페이코인의 가장 큰 매력은 다양한 자산들을 페이코인으로 언제든지 바꿔서 실생활에 사용하는 데 있어요.
대체불가토큰(NFT)도 좋고 이더리움도 좋은데, 그걸로 결제 못 하잖아요? 현실에서 쓰고 싶으면 페이코인으로 바꿔쓰는 거죠. 페이코인만 있으면 어디서든 쓸 수 있게 우리가 인프라를 만들어 놓겠다, 이게 저희 모델이에요. 현금이나 카드로만 살 수 있던 걸 가상자산으로 살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가고 있는 거죠.
사실 저는 페이먼트 영역은 손해를 봐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카카오톡이 메신저로 돈 벌려고 서비스를 만들었을까요? 카톡을 통해 회원들의 충성도가 올라간 이후 커머스나 뱅크, 페이로 수입을 얻고 있잖아요. 저희도 결국 그런 걸 꿈꾸고 있어요. 페이먼트로 손해가 생긴다해도 장기적으로는 충분히 커버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통 금융 안에서 현금 대비 가상자산의 매력을 높이기보다, 아예 판을 다르게 쓰고 계신거군요?
우리는 현금 중심에 너무 빠져 있는데 그걸 깨야 합니다. 왜 금융 시스템이 안 바뀌는지 아세요? 카드사 전산 장비부터 시작해서 레거시 인프라가 너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도 전산센터가 빌딩 하나입니다. 디지털 블록체인으로 은행 시스템을 다 바꾸면, 그런 인프라들이 다 필요 없어집니다.
아프리카의 모바일 결제가 우리보다 빨랐던 건 기존 인프라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기존 시스템이 너무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 오히려 혁신을 막습니다. 만약 아무런 인프라 없이 금융을 백지에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지금 나와 있는 가장 최신 시스템을 이용하겠죠.
다날 핀테크가 선두에서 암호화폐를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프라나 규제, 사용자 인식 등 여러 부분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블록체인 사업을 하는 쪽과 규제하는 쪽을 다르게 봐야 할 것 같아요. 사업자의 입장에선 시장에 대한 이해가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블록체인 전문가들을 만날 때마다 ‘좋은 기술인 것은 알겠는데, 그래서 세상의 무엇을 어떻게 바꾼다는 거지?’라는 생각이 종종 들어요. 블록체인이 세상의 비용, 비효율을 극복하려고 만들어진 거잖아요. 어떤 비효율을 극복하고자 하는지, 사업자가 이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어떻게 바꿔 놓을지 명확해야 합니다.
기술자들은 좋은 기술을 만들면 시장이 받아들인다고 생각하지만, 시장은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습니다. 시장은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사용자가 아파하는 부분을 해결해 주는 기술을 받아들여요. 블록체인 사업자들은 이런 세상의 아픔에 더 민감해져야 합니다. 시장이 필요로 하는 부분들을 더 생각해야 하는 거죠.
필요하다면 블록체인 철학도 일정 부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이고, 노드 4개가 합의하면 블록이 만들어집니다. 결제를 위해선 빨라야 하는데 비트코인처럼 10분을 기다릴 수는 없거든요. 커피 하나 결제하는 데 최소 10분, 가스비(fee) 적게 주면 하루 종일 기다려야 하면 누가 결제하겠어요. 비자카드보다 거래가 더 빨라야 합니다. 최대한 빠르게 하기 위해 탈중앙화를 포기했고, 중간자를 다 없애지도 않았습니다.
필요하면 블록체인이란 좋은 기술을 시장에 맞게 변형하는 그런 노력도 필요한 것 같아요. 시장 보고 따라오라 하지 말고, 시장의 필요에 따라 내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가 사업하는 사람들에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결국 시장에서 블록체인이 가치를 발휘할 테니까요.
규제 쪽에서는 블록체인 사업자들에게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도 주면 좋겠습니다. 어렵고 까다로워도 좋으니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기준과 기반이 명확하면 좋겠는데, 현재 거의 없어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입니다.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블록체인 산업 자체가 불안정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일각에선 왜 블록체인을 활용한 킬러 앱 서비스를 못 만드냐고 질타하지만, 막상 사업자들은 기준이 없는 사업을 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늘 존재합니다. 더 나은 성공사례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는 거죠.
정부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 주고 사업자들이 통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 준다면, 더 나아가 육성하고자 하는 사업에 대한 지원책까지 만들어 준다면 업체들도 최대한 정부의 기준에 맞춰 사업하지 않을까요? 지금 ‘플레이투언(play-to-earn)’을 표방하는 게임 업체들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데, 한국 게임 업체가 뛰어들면 당연히 더 큰 영향을 주지 않을까요?
성장할 수 있는 장과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기준을 제시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산업이 크고 세상이 바뀌겠죠.
페이코인이 만들어가고자 하는 가상자산 결제 생태계는 어떤 모습인가요? 향후 로드맵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페이코인의 비전은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페이먼트 영역에서 저희의 꿈은 기축통화입니다. 전 세계에서 어느 나라를 가든 달러가 있으면 해결이 되잖아요. 그렇듯 페이코인이 있으면 어느 환경에서도 다 바꿔서 쓸 수 있도록, 가상 세계와 실물 세계의 중간을 잇는 게 목표입니다.
두 번째는 라이프 트랜스 커머스입니다. 쇼핑, 여행, 구독 등 현금이나 카드로만 쓸 수 있던 걸 가상자산으로 바로 살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가는 거죠. 마지막이 크립토 뱅크입니다. 가상자산을 예치하거나 대출, 투자할 수 있는 가상자산 기반 뱅킹 플랫폼을 만들어나갈 계획입니다.
내년 초부터는 한국 모델을 다른 나라에도 똑같이 적용할 겁니다. 현지 PG사들과 저희가 제휴를 맺으면, PG사가 한국의 다날 역할을 하는거죠. 거기에서 가맹점을 모집하고 페이코인을 사용할 수 있게 할 겁니다. 내년에 싱가포르와 일본부터 시작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거기부터 시작해 가능한 많은 국가에서 페이코인이 사용되는 인프라를 만들어야죠. 전 세계 어디서나, 가상 세계와 실물 세계에서 페이코인 앱으로 간편하게 생활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2019년 4월에 시작해서 올해까지 2년 반 걸렸습니다. 국내 사업은 이제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온 것 같아요. 그동안은 저희가 제휴사를 쫓아다녔는데, 지금은 먼저 오는 단계까지 왔습니다.
저희는 4년 후에 나스닥에 갈 겁니다. 사람들은 무모한 꿈이라고 하겠지만, 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스닥에 굉장히 많은 플랫폼이 올라와 있지만,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한 라이프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은 없어요. 나스닥은 코인베이스도 받아줬으니까, 가상자산으로 모든 게 가능한 플랫폼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본 인터뷰는 <BBR: Blockchain Business Review> 12월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