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지급형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 시 통화정책의 파급력과 거시경제의 안정성이 제고될 것이라는 제언이 나왔다.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는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를 말한다. 민간에서 발행하는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과 달리 CBDC는 중앙은행에서 발행한다.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이 변하는 민간 암호화폐와는 달리 법정통화와 동일한 가치를 지니며 동일한 법적 지위를 가진다. 국내의 경우 2021년 8월 한국은행에서 CBDC 1차 실험에 착수했으며, 2022년 6월까지 2차 실험을 진행한다.
2021년 10월 22일 자본시장연구원은 CBDC를 기본체계, 자산성격, 대외거래 등의 측면에서 종합 분석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금융산업 환경에 미치는 영향 및 평가' 보고서를 발간했다.
장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체계 측면에서 발행주체에 따라 CBDC를 직접방식과 간접방식으로 구분했다. 직접방식은 직접방식은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디지털화폐가 발행되는 방식이다. 이는 민간 디지털화폐 부문에 경쟁 압력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 민간 부문을 보완하면서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의 새로운 지급결제 서비스의 성장을 촉진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주로 직접방식 중심으로 CBDC를 논의하고 있다.
간접방식(sCBDC)은 보험사·증권사 등이 은행의 지급결제 업무를 수행하는 '내로우뱅킹(narrow banking)' 시스템이 민간 디지털화폐와 결합된 방식이다. 요컨대, 내로우뱅킹을 기반한 민간화폐가 유통되는 체계인 셈이다. 이점에서 sCBDC는 지급결제 시스템의 독과점 심화, 가치·결제 안정성 측면의 부작용 등이 우려된다는 결론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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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DC 운영체계별 주요 특징 및 영향 / 자본시장연구원
자산 성격 측면에서는 CBDC를 ▲현금형 ▲이자지급형 2가지로 나눴다. 대체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측면 ▲민간부문의 금융중개 측면에서 이자지급형 CBDC가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평가했다.
장 연구위원은 "중앙은행이 CBDC에 이자를 지급하는 '이자지급형'으로 설계할 것인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현금형'으로 할 것인지의 여부는 CBDC 운영체계 설계와 관련된 중요한 고려사항 중 하나"라며 "이자지급형 CBDC는 자유로운 인출이 가능하면서 이자가 지급되는 '요구불 예금'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현금형은 전자결제를 증가시켜 지급결제대행 서비스 부문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자지급형 도입 시에는 금융중개 기능이 약화될 수 있지만, 통화정책의 파급력과 거시경제의 안정성이 제고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외거래 측면에서는 CBDC를 ▲외환거래체계 개편과 연계하는 방안 ▲소매 수준까지 비거주자의 사용을 허용하는 방안으로 나눴다. CBDC를 기반으로 글로벌 외환 거래 체계와 외환 접근성이 개선될 경우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글로벌 안전자산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장 연구위원은 "이자지급형 CBDC는 중앙은행의 대응 능력을 제고해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이자지급형을 운용함으로써 예금금리의 반응 측면에서 통화정책의 파급력을 높일 수 여지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다만 "이자지급형이 시중은행의 예금을 대체해 금융중개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 CBDC 준비금 담보대출 / 자본시장연구원
장 연구위원은 "CBDC는 공공성·중립성·안정성이 높은 직접방식이 바람직하며,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일 수 있는 이자지급형의 운용 가능성을 열어 놔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기존 보완 방안들과 함께 CBDC 준비금 담보대출을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했다. 중앙은행의 준비금 담보대출을 통해 금융중개 기능을 보완하면서 대출에 수반되는 금융기관의 담보확보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 연구위원은 "아직 대부분의 국가에서 연구나 시험 개발 단계 정도까지 CBDC 프로젝트가 진행된 상황이지만, 중기적으로 볼 때 CBDC 도입은 통화정책, 금리, 외환 부문 등에 다각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변화 양상은 주요국의 운영체계 설계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생각된다"며 "CBDC 운영 방향과 관련된 각국의 진행 상황을 계속 주시하면서 금융 산업 환경 변화에 대비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