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과세 연장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21년 10월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022년 1월부터 암호화폐의 과세를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못박았다. 암호화폐 과세가 예정대로 시행되도록 인프라를 갖췄기 떄문에 유예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암호화폐 과세 시스템의 인프라가 부족하고 과세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어 해외 사례를 참고해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21년 10월 18일 업계에 따르면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가상자산 과세 현황 및 국내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과세 시행을 앞두고 암호화폐로 인한 소득의 분류 및 인프라 부족, 다른 투자 자산과의 과세 형평성 등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므로 면밀한 검토를 통해 (과세) 도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가상자산) 과세 법안이 통과되면서 국내에서는 2022년부터 암호화폐로 인한 소득에 세금이 부과된다.
정부는 2021년 5월 28일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주재의 관계부처 차관회의 이후 나온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을 통해 암호화폐 소득에 대한 과세를 2022년부터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암호화폐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거래 수익이 250만 원을 넘을 시 20%(지방세 제외)의 세율로 분리과세된다.
비트코인을 필두로 암호화폐의 시장 규모가 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관련 규제와 과세의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비트코인 투자가 급증하면서, 거래 규모는 코인마켓캡 기준 2018년 987조 원에서 2021년 9월 2774조 원까지 증가했다. 이용자 또한 2020년 12월 147만 명에서 2021년 7월 723만 5000명으로 7개월간 약 5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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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경우, 이미 암호화폐에 대한 과세를 실시하고 있거나 보다 실효성 있는 과세를 위해 과세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미국은 개인이 암호화폐 취득 시 소득세를 부과하고 취득 시점과 매각 시점의 시차에 따른 차익에 과세하고 있다. 1년 이내의 단기 투자는 종합소득세율로 과세하고, 장기 투자는 보유기간별로 차등세율을 적용한다. 영국에서는 암호화폐 취득시 소득세를 부과한다. 거래 차익이 1만 2300파운드를 초과하는 경우 소득세 규정에 따라 과세한다. 일본은 암호화폐의 취득과 거래이익을 모두 잡소득으로 과세한다.
△해외 주요국의 암호화폐 과세 현황 / 자본시장연구원
싱가포르는 부가가치세만 과세하고 우리나라처럼 암호화폐 거래 이익에 대한 과세는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암호화폐 사업자 허가제 등 적극적으로 관련 규제를 마련하고 있다. 2020년 4월에는 디지털 토큰과 ICO 거래에 대한 소득세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세금 부과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2020년 12월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암호화폐 거래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2022년부터 소득세를 부과한다.
과세 시행을 앞두고 암호화폐로 인한 소득의 분류와 인프라 부족 문제, 주식 등 다른 투자 자산과의 형평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제기되면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에서도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암호화폐 시장의 법적 인프라가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채 과세 체계를 도입하기보다는 이제 막 가상자산사업자 정비를 시작한 만큼 시행을 연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과세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는 법안을 제출해 총 4개의 과세 시행 연기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2023년 도입되는 금융투자소득세과의 형평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주식은 금융투자소득으로서 5000만 원까지 기본공제하고 5년간 결손금을 이월 공제하는 반면, 암호화폐는 250만 원 이하 소득에만 비과세하고 결손금 이월 공제가 불가능하며 시행 시기도 더 빨라 과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있다.
국세청은 2021년 8월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암호화폐 거래에 따른 소득 과세를 위해 세원관리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밝히면서 과세 시행에 문제가 없다고 피력했다. 국세청은 세원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해 ▲가상자산사업자의 편의를 위한 거래 자료 제출 프로그램 개발 ▲수집된 암호화폐 거래 자료를 기반한 개인별 거래 자료 구축 ▲홈택스를 통한 간편한 신고 시스템 등 세 가지 준비 방안을 마련한다고 말했다.
홍 선임연구원은 "과세 시행을 앞두고 해외의 암호화폐 과세 제도를 참고해 암호화폐의 정의와 범위를 구체화하고 운영 대책을 면밀히 조사해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소를 통한 거래가 아닌 개인 간 거래나 해외 거래소를 이용한 거래는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조세회피 발생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이를 위한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