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이 아직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 여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서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2021년 7월 15일(현지 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제롬 파월(Jerome Powell) 미 연준 의장은 상원 청문회에서 CBDC에 대한 연준의 입장을 분명히 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CBDC가 가진 혜택이 비용보다 큰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에 대해 적절한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이어 "만약 발행하게 된다면 사회와 의회의 폭넓은 지지가 필요하다"면서 "조치를 취하기 앞서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호한 법률에 신경을 써야 하기보다는 법안 승인을 받는 형태를 띠면 가장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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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CBDC 발행 지지?…"결정한 바 없다"
파월 의장은 전날인 7월 14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 "디지털 달러가 발행되면 암호화폐는 불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준이 디지털 화폐를 구축해야 할 강력한 근거 중 하나는 암호화폐와 스테이블코인 같은 민간 대안 화폐의 필요성을 축소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에 시장 분석가들은 연준이 CBDC를 발행하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해석을 내놨었다.
연준 의장은 상원 청문회에서 CBDC에 대해 결정한 바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패트릭 투미(Patrick Toomey) 상원의원은 하원 청문회 발언을 거론하며 "CBDC 개발에 대한 연준의 입장 변화를 시사하는 것인지" 물었지만 연준 의장은 "CBDC가 암호화폐, 스테이블코인보다 더 현실적인 대안인지 묻는 하원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연준 의장은 이날 암호화폐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히며 "암호화폐는 결제 매커니즘이 되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진짜 문제는 스테이블코인"이라면서 "펀드, 은행 예금 같은 스테이블코인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적절한 규제가 없다"며 규제 필요성을 시사했다.
연준, 디지털 달러에 '미온적'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자체 CBDC 개발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연준은 CBDC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파월 의장은 "가장 먼저 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서두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연준 의장 뿐 아니라 많은 연준 관계자들이 CBDC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 랜달 퀄스 연준 부의장은 2021년 6월 29일 "미국 달러 결제 시스템은 이미 훌륭하며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면서 "CBDC의 잠재 이점은 확실하지 않지만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는 명확하고 파급력이 크다"며 CBDC 발행에 반대 의사를 드러낸 바 있다.
CBDC에 대한 논의 작업은 지속하고 있다. 연준은 9월 초 디지털 결제 생태계를 광범위하게 검토한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파월은 하원 청문회에서 "해당 보고서 작업은 CBDC 발행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작업을 가속화하는 주요 단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