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내부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디지털 달러 추진에 저항과 치열한 정책 논의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6월 29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연준 인사들이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발행 필요성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많은 달러 거래가 이미 디지털 방식으로 처리되고 있고 디지털 달러를 통해 기대하는 잠재 이점들은 다른 방식을 통해서도 확보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연준 부의장 "CBDC 발행, 통과할 기준 높아"
국내외 결제 속도, 비용, 금융 포괄성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논의되는 디지털 달러에 대해 랜달 퀄스(Randal Quarles) 연준 부의장이 회의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는 연례 유타 은행 협회 회의에서 "미국 달러 결제 시스템은 이미 훌륭하며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면서 "CBDC는 잠재 이점은 확실하지 않지만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는 명확하고 파급력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대중이 기존 은행을 우회해 연준과 직접 연결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사이버 공격 가능성 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연준의 역할이 커지면 소비자가 시중은행의 경쟁에서 얻을 수 있었던 혜택도 약화될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CBDC가 민간 부문의 금융 혁신을 방해하거나 시중은행의 예금 기반을 흔들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CBDC 시스템 설계가 어렵고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 의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짚었다. CBDC가 이미 시행 중인 시스템과 기능이 중복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리치몬드 연준 총재 "달러, 이미 디지털 화폐"
토마스 바킨(Thomas Barkin) 리치몬드 연준 총재도 애틀란타 로터리 클럽 연설에서 "미국에는 이미 '달러'라고 불리는 디지털 화폐가 있다"고 발언하며 CBDC에 대한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리치몬드 연준 총재는 "벤모(Venmo), 온라인 청구 결제 같은 서비스를 통해 이미 많은 거래가 가상으로 처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화폐를 개선하려면 그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디지털 달러를 발행해야 하는 합리적인 이유에 대해 들어보지 못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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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CBDC, 달러 위협 못해"
CBDC 찬성론자들은 중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CBDC를 적극 실험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전 세계 CBDC 발행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하면 미 달러의 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퀄스 연준 부의장은 달러의 안정적인 가치와 국제 금융 시장에서의 위상을 강조하며 해외 CBDC가 달러를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중앙은행의 성공적인 CBDC 발행이 연준이 CBDC를 발행해야 할 근거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는 혁신적인 결제 수단이 아닌 '위험하고 투기적인 투자 자산'으로서 미국 달러에 영향을 주지 못 한다"며 "CBDC를 통해 디지털 화폐 시대를 대응하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연준 부의장은 디지털 화폐라는 참신함에 휩쓸리기보다 CBDC의 가능성과 근거를 신중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파월 의장도 "먼저 하는 것보다 제대로 해야 한다"면서 다른 나라의 조치로 인해 미국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연준, 3분기 CBDC 연구 보고서 나온다
CBDC에 대한 반대 발언들은 미 연준이 디지털 화폐 발행에 대한 연구를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연준 내부에서도 입장차가 확인된 만큼 미국 내 CBDC 찬반 논의가 가열될 전망이다.
연준은 2021년 3분기 CBDC의 이점과 비용을 다룬 논문을 발간할 예정이다. 보스턴 지부는 MIT와 함께 디지털 화폐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퀄스 부의장은 "연준의 CBDC 연구은 정해진 결론이 없는 개방적인 과정"이라면서도 "미국이 CBDC 발행을 위해 넘어야 할 기준은 매우 높다"며 "CBDC 발행은 리스크보다 이점이 훨씬 크다는 확신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