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로화에 대한 유럽중앙은행(ECB)의 결정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범유럽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논의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주제는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보호'다. 설계 단계부터 이같은 요인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럽개인정보보호이사회(EDPB)는 2021년 6월 21일(현지시간) 공식 사이트를 통해 잠재 디지털 유로화의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보호와 관련해 EU 기관에 전달한 서한 내용을 공개했다.
EDPB는 서한을 통해 "최종 사용자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최고 수준의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보호가 중요하다"며 "이는 성공 여부를 결정할 핵심 요소로써 디지털 유로 제공에 있어서 고유한 요소로 간주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보호 사안은 디지털 유로의 설계 단계부터 고려해야 한다"면서 디지털 유로의 설계를 맡은 유럽연합 기구가 높은 수준의 데이터 보호 영향 평가를 수행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EDPB가 디지털 유로와 관련해 유럽중앙은행(ECB)이나 다른 유럽연합 기관에 조언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도 피력했다.
유럽연합 "프라이버시 '최우선' 사안"
코로나 이후 전 세계는 빠르게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고 있고 개인에게서 파생되는 데이터는 새로운 시대의 핵심 자원으로 간주된다. 전 세계는 안전한 데이터 활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DPD는 유럽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시행을 감독하고 일관된 적용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유럽 시민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2018년 5월 25일부터 시행한 GDPR은 데이터 열람, 정정, 삭제, 처리 제한 등 데이터에 대한 사용자 권한을 극대화한 통합 규정이다.
유럽연합 시민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모든 기업은 GDPR을 준수해야 한다. 유럽은 GDPR을 위반한 기업에 연 매출의 최대 4%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한 프라이버시 보호 조치를 취하고 있다.
빅테크도 프라이버시 문제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관련 위반으로 구글은 676억 원, 트위터는 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2021년 6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도 4700억의 과징금 추징 위기를 맞고 있다.
이처럼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보호에 대한 높은 요구는 유럽연합이 디지털 유로를 도입하기 위해 넘어야 할 주요 장벽 중 하나다. 디지털 유로는 개인정보와 금융정보가 결합될 수 있는 만큼 더욱 강력한 보호 수준이 요구될 전망이다.
ECB이 유럽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디지털 유로 공공 협의에 따르면 응답자 43%는 디지털 유로가 갖춰야 할 최우선 기능으로 '프라이버시 보장'을 선택했다. 10명 중 1명은 현금 같은 완전 익명성을 요구했다.
유럽중앙銀 "민간보다 프라이버시 보호 역량 크다"
앞서, ECB는 디지털 유로의 프라이버시 보호 측면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파비오 파네타(Fabio Panetta) ECB 집행이사는 6월 14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ECB는 사용자 데이터에 대한 상업적 관심이 없다"며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데 민간 기업보다 더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파네타는 "중앙은행이 디지털 결제에 참여한다면 프라이버시는 더욱 잘 보호될 것"이라면서 "기관은 법적으로 자금세탁, 테라자금지원, 탈세 등 불법 거래를 피하는 동시에 기밀 데이터를 보호할 많은 방안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민들도 자신의 정보를 공공기관이 다룰 때 더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유럽중앙銀 "7월 14일 디지털 유로 논의"
유럽중앙은행은 7월 디지털 유로화 프로젝트를 본격화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 Lagarde)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6월 22일 유럽연합 의회에 "ECB 집행위원회는 7월 14일 디지털 유로 설계에 관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재는 "디지털 유로는 현금 사용 감소에 대한 해법을 찾고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을 위한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중앙은행은 디지털 유로 발행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1년 6월 보고서에서 "자국 CBDC가 없는 국가들은 금융 시스템과 통화 자율성 방면에서 위협을 받을 수 있다"며 CBDC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다만, 기술 구현 문제, 독일 등이 우려하는 시중은행과의 이해 충돌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유럽연합은 디지털 유로 추진 결정이 나더라도 4~5년 내 출시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