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銀 "국영 디지털 화폐 없으면 통제력 상실 위험" 경고

유럽중앙은행(ECB)은 자국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없는 국가들이 통화 정책 및 지불 시스템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ECB는 2021년 6월 2일(이하 현지시간) 유로화에 관한 연례 보고서에서 CBDC 발행이 유로의 국제적 위상과 역할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보고서의 'CBDC와 글로벌 통화' 섹션은 경제학자 마시모 페라리(Massimo Ferrari)와 아르노 멜(Arnaud Mehl)이 작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CBDC 발행은 자국내 결제 시스템의 자율성을 지키고 디지털 세계에서 자국 통화의 국제 활용 수준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CB는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유로 지역 내 현금 사용이 현저히 줄어들 경우나 외국 디지털 화폐가 자국 통화 지불 수단을 대체하는 경우 디지털 유로 발행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CBDC 디지털 특성, 통화 매력 높일 것

ECB는 국제 금융 시장에서 통화의 위상은 무역 규모, 정책 건전성, 시장 유동성 같은 펀더멘털적인 부분에 달려있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 자체가 통화의 중요성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CBDC가 비용 절감, 접근성 개선 등 기존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해 통화의 매력을 높이고 국제적인 채택을 촉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디지털 지불 수단만이 제공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가능성과 인보이스, 신원 인증, 전자 서명 등 보조 서비스 통합 가능성도 CBDC의 강점으로 언급됐다.

해외 시스템과의 상호운영성을 허용할 경우 CBDC는 국경 간 소매 무역 거래 풀을 증가시키고 글로벌 전자상거래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ECB는 CBDC의 설계에 따라 통화의 국제 도달 수준과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도 밝혔다. △해외 지불 시스템과의 상호운용성, △사용자 익명성, △해외 사용자에 대한 제한, △보상(remuneration) 체계, △오프라인 결제 기능 등이 CBDC 효과를 결정지을 주요 요인으로 거론됐다.

자국 CBDC 없으면 도태될 수도

ECB는 보고서에서 "CBDC를 발행하지 않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안정성 위험에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도 내놨다.

자체 디지털 화폐가 없는 국가의 개인 및 기업은 해외 빅테크 기업 등 소수의 결제 서비스 제공업체에 의존하게 될 것이고 이는 중앙은행의 역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수의 지배적인 해외 사업자가 개인과 기업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게 되면 중앙은행이 최종 대출 기관으로서 통화 정책 의무와 역할을 이행하기 어렵고 자국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도 흔들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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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유로, 4~5년 내 발행 힘들다

ECB는 아직 디지털 유로화 도입 여부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화폐 경쟁에 대비하고 유럽연합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CBDC를 검토 중이지만 실제 발행까지는 더 많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유럽연합은 2020년 10월부터 2021년 1월까지 공개 협의를 진행해 대중 의견을 수렴했다. 이를 반영해 2021년 여름 디지털 유로 실험의 진행 여부를 결정하고 이후 6개월에서 1년 내 발행 여부를 확정하게 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총재는 디지털 유로를 현금의 보완재로 보고 있다. 총재는 "디지털 유로는 단순한 기술 작업이 아니라 근본적인 변화"라면서 "디지털 유로는 기존 시스템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강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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