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헤지펀드 시장이 단기적으로 암호화폐 투자 노출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극심한 변동성과 규제 강화 추세에도 불구하고 투자 시장은 여전히 암호화폐를 통한 기회에 주목하고 있다.
2021년 6월 15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는 인터트러스트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 전 세계 헤지펀드 시장이 5년 내 운용 자산의 7.2%를 암호화폐 투자에 노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네덜란드의 신탁 투자회사 인터트러스트(Intertrust)는 4월 전 세계 헤지펀드 최고재무책임자(CFO)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에 참여한 헤지펀드들은 평균 72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 중이다.
설문 결과가 헤지펀드 전체 시장에 적용된다면 관련 암호화폐 추정 규모는 3120억 달러(348조 원)에 달한다. 응답자 10명 중 1명은 운용 자산의 10%까지 암호화폐에 할당할 수 있다고 답했다.
5년 내 미국 헤지펀드는 암호화폐에 평균 10.6%를, 유럽연합(EU)과 영국계 헤지펀드는 각각 평균 6.8%를 암호화폐에 투자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북미, 유럽, 영국 헤지펀드의 CFO들은 개인적으로도 포트폴리오의 최소 1%는 암호화폐에 배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헤지펀드 시장의 암호화폐 투자 규모는 불확실하지만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헤지펀드 시장의 높은 관심을 확인시켜줬다.
데이빗 밀러(David Miller) 퀼터 체비엇(Quilter Cheviot) 투자운용사 총괄은 "헤지펀드는 리스크 뿐 아니라 장기적인 잠재력까지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헤지펀드 거물들, 암호화폐 투자 시장 대거 입성
이미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비트코인을 인플레이션 헤징 방안으로 보고 투자에 뛰어들었다. 특히 폴 튜더 존스(Paul Tudor Jones)가 2020년 5월 자산 2%를 비트코인에 투자했다는 사실을 밝힌 이후 많은 기관급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2020년 1월부터 7월까지 암호화폐 헤지펀드는 50% 이상의 수익을 냈다. 한 자릿수 수익을 낸 일반 헤지펀드를 크게 앞지르면서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기관의 관심은 한층 높아졌다.
폴 튜더 존스는 2021년 6월 14일 인터뷰에서도 "포트폴리오 다각화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좋아한다"며 "금 5%, 비트코인 5%, 현금 5%, 상품 5% 투자를 추천한다"고 말해 비트코인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미국 헤지펀드 전설이자 억만장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Stanley Druckenmiller)는 2021년 5월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통화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좋은 리스크 회피 수단"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브레반 하워드(Brevan Howard)의 공동 창업자 앨런 하워드(Alan Howard)도 펀드의 일부를 암호화폐로 전환했다. 그는 암호화폐 자산 운용사 원리버디지털과 코인쉐어스의 지분도 보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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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소니 스카라무치(Anthony Scaramucci) 전 백악관 공보국장이 설립한 헤지펀드 스카이브릿지캐피털(SkyBridge Capital)은 2020년 말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금보다 나은 가치 저장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액티브 투자 운용사 맨그룹(Man Group)은 비트코인 선물 투자를 지원 중이며 미국 헤지펀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Renaissance Technologies)는 주력 상품 '메달리온(Medallion)'을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 노출하고 있다. 483억 달러 규모 헤지펀드 밀레니엄 매니지먼트(Millennium Management)가 2021년 3월 말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투자 신탁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 CEO, 헤지펀드 밀러밸류파트너스(Miller Value Partners) 창업자 빌 밀러(Bill Miller) 등이 암호화폐 투자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혀 기관 시장 진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변동성에 규제 강화 분위기까지…일부는 회의적
그럼에도 암호화폐 투자 노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은 여전히 존재한다.
모건 스탠리 투자 은행과 올리버와이만(Oliver Wyman) 자산운용사는 보고서에서 "암호화폐 투자는 고위험 수준을 수용하는 고객으로 제한되며 자산 내 투자 비중도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엘리엇 매니지먼트(Elliott Management)는 투자자 서한에서 "암호화폐는 역사상 최대 금융 사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는 2021년 6월 초 보고서를 통해 헤지펀드 최고투자책임자(CIO) 중 1%만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 자산'으로 비트코인을 꼽았다고 밝혔다. 암호화폐를 가장 선호하지 않는다고 밝힌 응답자는 약 35%에 이른다.
극심한 가격 등락과 불확실한 규제 상황도 전통 투자 전문가들에게 큰 우려 지점이 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은 2021년에도 크게 오르내렸다. 2020년 말 2만 9000달러 미만에서 시작해 2021년 4월 6만 300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한 때 3만 달러 부근까지 내려 앉기도 했다.
암호화폐 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이 커지고 이용자 수가 급증하면서 전 세계 규제 당국들은 암호화폐 시장에 적극 개입할 태세를 하고 있다. 중국은 거래에 이어 채굴까지 제재 범위를 확대했고 미국도 랜섬웨어, 자금세탁 등에 악용될 우려를 나타내며 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