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 당국의 고위 관계자가 이더리움이나 페이스북 디엠(구 리브라)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가동하고 스마트컨트랙트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CBDC가 형태 뿐 아니라 기능적 측면에서 디지털이 가진 효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2021년 5월 31일(이하 현지시간)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야오첸(姚前)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의 과학기술감독국장은 "CBDC는 단순히 현금의 디지털 버전에 그치지 않고 더욱 스마트해질 것"이라면서 "이더리움 같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CBDC를 가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야오첸 국장은 인민은행이 디지털 화폐 연구에 착수한 2014년부터 2018년 말 증감회로 자리를 옮기기까지 초기 CBDC 연구개발에 참여한 인물이다. 야오첸은 은행이 출원한 다수의 CBDC 관련 특허에도 기여했다.
CBDC, 스마트컨트랙트 기능 갖춰야
그는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금융포럼(IFF) 2021 춘계 회의 연설에서 "CBDC가 가진 디지털 방식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스마트컨트랙트 기능이 통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컨트랙트는 특정 조건이 충족될 경우 사전에 프로그래밍한 대로 기능을 자동 수행하는 기술이다. 기존의 법률 계약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다만 스마트컨트랙트의 취약성으로 인한 다수의 보안 사고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이 더욱 발전해야 하고 관련 법률 문제도 다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야오첸은 "중앙은행들은 관련 보안 및 법률 수준이 갖춰질 때까지 스마트컨트랙트에 신중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라며 "간단한 스마트컨트랙트 기능으로 시작해서 복잡한 수준으로 점차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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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DC, 이더리움·디엠 기반 시나리오 가능해
야오첸은 CBDC 운영 방식을 언급하면서 이더리움 등 민간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CBDC 운영 방식은 대표적으로 중앙은행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1계층 방식과 시중은행 같은 중개기관이 중앙은행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2계층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야오첸 국장은 "디지털 달러나 디지털 엔화가 이더리움이나 페이스북이 추진 중인 디엠(Diem, 전 리브라)의 네트워크에서 작동할 수 있다"면서 "중앙은행은 해당 네트워크의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을 활용해 중개 기관 없이 이용자에게 CBDC를 직접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시중은행 및 결제업체와 함께 디지털 위안화를 실험하고 있지만 야오첸은 CBDC가 반드시 은행 계좌를 기반으로 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토큰 기반 계정을 사용하면 이용자의 자율성은 한층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1계층 운영 방식을 활용할 경우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보다 나은 혜택을 제공하고 포괄적인 금융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야오첸 국장은 자신의 입장이 학술적인 측면에서 나온 것으로 인민은행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국, CBDC·비트코인에 온도차
중국은 발빠르게 연구개발에 나서면서 주요국 중 가장 앞선 CBDC 진행 수준을 보이고 있다. 민간 기업 및 개인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디지털 위안화 실험을 실시하며 여러 차례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했다.
중국이 2022년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디지털 위안화를 공식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위안화의 세계 영향력 확대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전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디지털 위안화를 처음부터 국제 결제에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발언하는 등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중국 당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반면 비트코인 등 민간 암호화폐 시장을 잠재우기 위해 단속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2021년 5월 최고국가권력기관의 집행기관이자 최고행정기관인 국무원은 "금융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더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면서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 행위를 단속하고 개인 차원의 리스크가 사회 영역까지 전염되는 것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