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 와튼스쿨은 2021년 5월 '디파이, 유행을 넘어서(DeFi Beyond the Hype)'라는 제목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탈중앙화금융을 주제로 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와튼 블록체인·디지털자산프로젝트와 세계경제포럼(WEF)이 협력해 작성했다.
디파이는 익숙한 금융 서비스에 탈중앙 접근 방식을 조합하며 금융 시장을 탈중개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기존 금융은 중개기관을 통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디파이는 퍼블릭, 비허가형 블록체인 등 탈중앙 환경에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프로토콜과 스마트 컨트랙트에 서비스를 프로그래밍하는 방식을 통해 운영된다. 구성 요소들을 조합해 새로운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다양하게 창출할 수 있다.
디파이 시장은 2020년 초반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디파이 정보 제공 플랫폼 '디파이 펄스(DeFi Pulse)'에 따르면 2019년 10억 달러 미만이었던 예치 자금은 2020년 말 150억 달러까지 부풀었다. 2021년 5월 12일에는 880억 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2021년 5월 25일 오후 2시 20분 기준 디파이 시장에 54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유입돼 있다.
보고서는 기본 특징, 디파이 생태계의 구조, 새로운 개발 영역 등 디파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 '탈중앙금융정책입안가툴킷(Decentralized Finance Policy-Maker Toolkit)' 섹션에서는 정책 입안 시 확인해야 할 위험성, 정책적 접근법 등에 대한 지침을 제시했다.
자산 수탁, 청산·정산, 거버넌스, 감사 기능, 담보 조건, 교차 서비스, 접근성·프라이버시, 보안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전통 금융과 디파이가 보이는 차이점에 대해 상세히 다루고 있다.
디파이 특징 네 가지
보고서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모든 금융 사례가 디파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디파이가 가진 특징 네 가지를 제시했다.
디파이 특징 첫 번째는 가치의 이전과 교환을 직접적으로 중재하는 금융 서비스라는 점이다. 오라클, 쿼리 시스템(query system), 탈중앙 스토리지 등은 디파이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지만 디파이 서비스 자체와 구별되는 보조 서비스로 본다.
두 번째는 신뢰를 최소화한 운영 및 처리다. 디파이 프로젝트는 일반적으로 이더리움 같이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을 제공하는 퍼블릭, 비허가형 블록체인에 구축된다. 거래는 디파이 프로토콜 규칙에 따라 실행되고 기록된다. 신뢰 최소화는 종종 프로토콜 변경 조건을 설정하는 거버넌스 구조로 확장된다.
세 번째는 비수탁형 구조다. 디파이 서비스에서 발행·관리되는 자산은 중개 및 기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3자가 무단 사용하거나 수정할 수 없다. 모든 권한은 사용자가 가진다. 디지털 자산을 보관하는 중앙화 암호화폐 거래소는 디파이 상품을 제공하더라도 디파이 사업을 한다고 볼 수 없다.
네 번째는 개방적이고 프로그래밍 가능하며 구성 요소를 조합할 수 있는 아키텍처다. 기본 소스 코드와 개방적인 API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6개 디파이 서비스
디파이는 이같은 특성을 가진 다양한 금융 서비스 활동을 구현하고 있다. 보고서는 디파이 서비스 범주를 △스테이블코인 △탈중앙화 거래소(DEX) △신용 거래 △파생상품 △보험 △자산 관리 6가지로 나눴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같은 주요 통화와 연동해 가치를 안정화한 토큰이다. 비수탁형 스테이블코인은 그 자체가 디파이 서비스로서 기능한다. 수탁형 스테이블코인은 중앙화 상태지만 디파이 서비스에 통합될 수 있다.
디파이 거래소는 탈중앙 방식의 오더북을 제공하거나 알고리즘을 통한 주문 매칭, 가격 설정을 통해 사용자 자산을 수탁하지 않는 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
디파이 신용 거래는 만기 상환해야 하는 이자부 금융 상품을 생성하고 대출자와 대출자의 매칭을 지원한다.
디파이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서비스를 조합,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최적의 디파이 조합을 지원하는 애그리게이터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장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서비스 범주는 빠르게 변경, 확장될 전망이다.
디파이 장단, 비용 절감 vs 기술 한계
디파이가 가져올 수 있는 주요 장점으로 금융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마찰 비용과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꼽혔다. 디파이는 표준화 수준, 감사 기능, 투명성, 사용자의 통제력, 시장 접근성, 거래 속도, 금융 포괄성 등도 개선할 수 있다.
디파이는 빠르게 발전하며 금융 산업을 혁신할 수 있지만 그에 따른 성장통도 예상된다.
확장성, 거래 수수료 문제, 제한적인 상호운용성, 프라이버시 문제, 미숙한 거버넌스와 기술 수준, 중앙화 통제 가능성, 규제 문제, 금융 범죄 악용 가능성 등이 다뤄져야 할 잠재적인 문제들로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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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파이, 가능성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
와튼스쿨 연구진은 디파이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미숙한 발전 단계에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디파이는 빠르게 성장하는 새로운 영역"이라면서도 "다양한 경제, 기술, 운영, 공공 정책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미숙하고 불안정한 상태"라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디파이는 글로벌 금융 지형을 바꿀 잠재력이 있지만 지금까지의 활동은 대부분은 투기, 레버리지, 수익 창출에 집중돼 있고 기존 디지털 자산 보유자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용자경험 수준은 일반 소비자가 참여하기에 최적화된 상태가 아니다.
디지털 자산 매입을 위한 레버리지 창출이나 다양한 인센티브 방식을 통한 수익 창출을 주 목적으로 많은 투자자와 자금을 모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높은 수익률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리스크 탄력성도 일반 금융 시스템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프로그래밍 및 프로토콜 조합 기능 등은 상당한 유연성과 참신함을 제공했지만 동시에 해킹, 피드백 루프 등 예상하지 못한 위험도 야기했다.
블록체인 미디어 더블록에 따르면 해킹 및 자금 유출 사고 피해 규모는 2020년 1억 2000만 달러에 달했다. 이중 5000만 달러 미만의 자금이 회수됐다.
디파이 활동이 대부분 의존하고 있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경우 확장성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시장이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개발 커뮤니티 측면에서 취약성 해결과 효율적인 리스크 관리를 위한 메커니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보고서는 "개방적이고 신뢰를 최소화한, 비수탁 방식의 신뢰 금융이라는 약속을 완전히 이행하는지 여부에 디파이의 성패가 달려있다"면서 "소매 투자자, 전문 투자자, 기관, 규제기관, 정책 입안자는 디파이가 가져올 과제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통해 디파이의 잠재 혁신에 대한 열기를 조절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