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를 금융 상품으로 분류하고, 시장에 개입해온 독일 금융감독청(BaFin)에 연방 법원이 제재를 가했다.
24일(현지시간) CCN 보도에 따르면, 베를린 고등법원은 지난달 비트코인 거래소 운영자에게 제기된 형사 소송을 기각하며, "암호화폐는 은행법(KWG)이 명시한 금융 상품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때문에 암호화폐는 금융감독청의 규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베를린 고등법원은 금융감독청의 허가 없이 비트코인 거래를 지원한 운영자에 대한 이전 판결을 뒤집으며, "금융감독청이 비트코인의 법적 지위를 잘못 해석했다"고 밝혔다. 베를린 고등법원의 형사4과는 고등법원의 판결을 지지하며, "규제기관들이 은행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비트코인에 대한 형사법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은행법 1조 11항을 인용해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이나 정부 당국이 발행한 것이 아니며, 일반적인 인식과 가치 안정성이 부족해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비교하는 데 사용할 수 없다. 그러므로 측정 단위 또는 금융 상품의 지위를 가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판결은 독일의 비트코인 매매에 대한 법률 입장도 명확히 했다. 법원은 "비트코인 거래는 허가 또는 라이선스의 대상이 아니므로(1조32항) 위법 행위로 간주될 수 없다(1조54항)"고 판결했다.
따라서 금융감독청은 피고에 대한 형사 처벌을 진행할 수 없으며,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관할권을 잃게 됐다.
고등법원은 금융기관이 연방 당국의 경계를 넘었다며, "형사법에 관한 영향력 조정은 금융규제기관의 영역이 아니다"라고도 짚었다.
이는 금융규제기관의 손을 들어주며, 암호화폐 시장 규제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미국 법원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베를린 고등법원의 결정으로 비트코인에 대한 유럽 각국의 해석이 더욱 엇갈리고 있다. 유럽 연합은 2016년 암호화폐 보유, 투자, 수익에 대한 과세에 합의했으나 암호화폐에 대한 일반적 정의를 내리지 못한 상태다.
블록체인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독일 비트왈라(Bitwala)의 CEO 예르크 폰 민바이츠(Jörg von Minckwitz)는 유럽 국가들이 비트코인 법안을 만들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CEO는 "법적 명확성과 EU 전반에 적용될 규제가 필요하다. 국경을 넘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디지털화 산업을 규제하려면 협력이 필수적이다. 비트코인에 대한 해석 불일치는 독일 소비자와 혁신 기업에게 피해를 주는 규제 차익을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암호화폐의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 사용을 막기 위해 내년 6월까지 국제 표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클의 CEO 제레미 얼레어는 이를 규제화의 시작으로 높이 평가하면서 "규제 범위를 더욱 구체화, 명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로 독일 금융감독청은 암호화폐의 보유 및 거래를 처벌할 수 없게 됐으며, 개입을 위해서는 은행법 수정을 위한 법안 마련까지 진행해야 한다.
하이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