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규모의 상장으로 기대를 모았던 중국 핀테크 업체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가 전격 중단됐다. 투자금의 상당 부분이 투입될 예정이었던 블록체인, 인공지능(AI) 등 기업의 첨단기술 사업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앤트그룹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핀테크 부문 자회사다. 이달 5일 최초로 상하이와 홍콩 증권거래소 동시 상장이 예정돼 있었다. 두 곳의 상장 심사를 모두 통과하고 공모 신청도 마친 상태였다.
앤트그룹은 이번 기업공개를 통해 340억 달러 이상을 조달하며, 지난해 1월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기록(275억 달러)을 뛰어넘는 신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 2일 중국 당국은 △금융지주회사 이사·감사·임원 보직관리에 관한 잠정 규정, △인터넷 소액대출 업무 관리 잠정 방법 등 핀테크 업계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2개 법규를 입법 예고했다.
이어 상하이거래소가 "핀테크 업계에 대한 관리·감독 상황이 변경되면서, 앤트그룹이 상장 조건과 정보 공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생겼다"면서 앤트그룹 상장을 무기한 보류한다는 공고를 올렸다. 홍콩 증권거래소도 동일한 이유로 상장을 연기했다.
지난 4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금융소비자의 권익 및 자본시장의 장기적 건전성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면서 "기업은 법률 이행 및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모범이 돼야 한다"고 보도했다.
한편, 업계는 알리바바 창업주인 마윈 전 회장이 중국 금융당국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에 따른 조치라고 풀이했다. 지난달 한 행사 기조연설에서 마윈 전 회장은 "과거의 방식으로 미래를 규제할 수 없다"면서 "금융 당국이 위험 관리를 내세워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감독하고 있다"고 발언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에 지난 2일 4대 금융당국인 중국 인민은행, 증권감독위원회, 은행보험감독위원회, 국가외환관리국이 마윈 전 회장 및 임원진을 불러 질책성 면담(豫談)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오고갔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같은 갑작스런 상장 중단으로 모기업 알리바바의 주가는 크게 폭락했다. 마윈 전 회장의 개인 자산도 3조 원가량 증발했다. 이는 중국의 규제 리스크를 부각시키고, 글로벌 금융사를 유치하기 위한 중국의 개방 금융 정책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뜨렸다.
앤트그룹의 신기술 사업 전략도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앤트그룹은 인공지능과 함께, 블록체인 기술을 미래 사업의 성장 동력으로 보고 지난 2015년부터 관련 연구·개발에 상당한 자금과 리소스를 투입해왔다.
기업은 "블록체인이 다수의 참여자, 복잡한 프로세스가 수반되는 산업에 신뢰와 투명성을 더해줄 것"이라며 기술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지난 7월에는 '앤트체인'이라는 블록체인 브랜드를 출시했으며, 운송, 식품 추적, 해외송금, 보험금 청구 등 다양한 프로젝트도 추진해왔다.
투자계획서에 따르면 앤트그룹은 조달 자금 중 40%를 블록체인을 비롯한 신기술 및 혁신 부문에, 30%는 기존 주력 사업인 디지털 경제 시스템 개선에 투입할 예정이었다. 이에 앤트그룹이 진행해온 블록체인 사업의 추진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편, 앤트그룹은 공식 성명을 통해 상장 연기로 혼란을 빚은 것을 투자자에 사과하면서, "기업공개 절차와 관련해 금융 당국과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