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라엘 브레이나드 연준이사가 미국의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발행 가능성을 내비쳤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라엘 브레이나드 연준이사는 스탠포드 대학원이 주관한 결제 컨퍼런스 자리에서 미국 연준이 CBDC를 포함해 다양한 디지털 결제·디지털 화폐 관련 안건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제롬 파월 미국 연준의장도 CBDC를 연구 중이라고 밝혔지만, 브레이나드 이사는 "결제 혁신을 통한 디지털화는 더 적은 비용으로 더 큰 가치와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다"며 디지털 화폐에 대해 더욱 열린 입장을 보였다.
한편, 이사는 페이스북의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 '리브라'와 같은 민간 디지털 결제 시스템과 민간 발행 화폐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브레이나드는 "신규 참여 기업 중 일부는 금융 규제 가드레일 밖에 있다. 이들이 발행하는 화폐는 불법 금융, 프라이버시, 금융안정성, 통화정책 시행 등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신속한 결제 처리와 비용 절감을 기대하며 디지털 금융기술과 분산원장시스템을 논의하는 가운데, 브레이너드 이사는 연준 또한 24시간 운영 실시간 지급결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으며 관련해 지난 연말 제출된 200여 개 의견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분산원장기술과 CBDC 잠재력 등 디지털 화폐 활용 방안 연구와 실험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약 2년 전 라엘 브레이나드 이사는 CBDC의 필요가 명확하지 않다고 발언했지만, 당시에는 페이스북이 디지털 화폐 발행에 대한 야망을 드러내기 전이다.
지난해 12월 비트코인과 리브라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밝혔던 브레이나드 이사는 "리브라 프로젝트가 디지털 화폐 논의에 긴급성을 더했다"고 말했다.
연준은 페이스북 계정을 가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리브라를 사용한다면 소비자 보호, 데이터 및 프라이버시 보안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사는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CBDC 연구, 개발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관련 연구와 정책 개발을 선도하기 위해서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에는 영란은행(BOE), 유럽연합, 일본 중앙은행 등이 CBDC 공동 연구 그룹을 설립했으며, 한국은행도 지난 4일 전담 조직인 '디지털화폐연구팀'을 발족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실제 디지털 화폐 도입 단계에 가장 근접해있다고 알려졌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연준도 CBDC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다른 은행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이사는 디지털 화폐가 결제 시스템을 더욱 안전하고 간편하게 할 수 있는지, CBDC 전환 시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는지 등, 금융 안정성 리스크를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프라이버시, 사기 방지, 법정통화 간주 여부도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새로운 규제 수립이 필요한지, CBDC가 뚜렷한 실익을 낼 것인지 등도 확인해야 한다며 "공공부문이 민간 업계, 연구 기관과 함께 디지털 경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