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범죄, 2024년 510억 달러 돌파… 스테이블코인이 핵심 수단

블록체인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가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암호화폐 관련 범죄 규모가 510억 달러(약 73조 4,000억 원)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기존 보고된 수치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사이버 범죄가 점점 정교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초기 데이터는 2024년 암호화폐 범죄가 감소한 듯 보였으나, 보다 심층적인 분석 결과 범죄 조직이 스테이블코인과 탈중앙화 금융(DeFi)을 악용하며 불법 자금 세탁 방식을 발전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비트코인(BTC) 중심에서 탈피해 익명성이 강화된 모네로(XMR)와 같은 프라이버시 코인, 그리고 다양한 크로스체인 브릿지와 믹서를 통한 세탁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이 범죄 조직의 주요 금융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체이널리시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스테이블코인은 불법 암호화폐 거래의 63%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범죄자들은 빠른 트랜잭션 처리 속도와 높은 유동성을 이유로 비트코인 대신 스테이블코인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테더(USDT) 같은 주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불법 활동과 연루된 주소를 차단하는 등 대응에 나섰으나, 범죄자들은 탈중앙화 금융과 프라이버시 지갑, 새로운 암호화폐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우회하고 있다.

한편, 랜섬웨어 범죄는 지난해 대비 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감소가 아니라, 랜섬웨어 조직의 변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해킹 조직이 분열하거나 재구성되며 새로운 형태의 랜섬웨어 서비스 모델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거 주요 랜섬웨어 그룹이었던 '락빗(LockBit)'이 와해된 이후 소규모 랜섬웨어 서비스 운영자들이 시장을 점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 시장 조작 역시 여전한 문제로 지적된다. 2024년 기준 25억 7,000만 달러(약 3조 7,000억 원) 규모의 불법 거래량이 인위적으로 생성된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탈중앙화 거래소(DEX)를 이용한 워시트레이딩(의도적인 거래량 부풀리기)과 펌프앤덤프(시세 조작 후 매도) 방식이 여전히 만연한 상황이다.

체이널리시스는 이번 135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서 북한 해커 조직의 사이버 공격으로 13억 4,000만 달러(약 19조 2,000억 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한 점, 다크넷 시장의 매출 감소, 그리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시장 조작 단속 강화 등의 내용을 다뤘다. 동시에, 점점 복잡해지는 범죄 수법에 대응하기 위해 안전장치와 법적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범죄자들이 새로운 기술과 AI 기반 사기 수법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을 강조했다. 랜섬웨어는 단순한 몸값 요구에서 데이터 절도 및 협박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으며, AI를 활용한 피싱 및 신분 위장 범죄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를 둘러싼 규제 기관과 범죄 조직 간의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암호화폐 시장의 보안성과 신뢰 회복을 위한 정책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