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버, 트럼프에 사면 요청… 법적 탄압 피해자 vs 단순 탈세범 논란

비트코인 캐시(Bitcoin Cash, BCH) 지지자로 알려진 로저 버(Roger Ver)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에게 세금 회피 및 우편 사기 혐의에 대한 사면을 요청하며, 자신이 ‘법적 탄압(Lawfare)’의 희생자라고 주장했다.

29일(현지시간)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조기 비트코인 투자자로 알려진 로저 버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의 사면을 요청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현재 미국 송환을 앞두고 있는 그는 "109년 형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며, 자신이 억울하게 기소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암호화폐 커뮤니티 내에서도 그의 사면 여부를 둘러싼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X(구 트위터) 사용자는 “아무도 탈세로 종신형을 받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로저 버는 그 정도의 처벌을 받을 만한 행동을 했다”고 비판했다.

버의 사면 요청에 대해 일론 머스크(Elon Musk)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머스크는 “로저 버는 미국 시민권을 포기했다. 그에게 사면은 필요 없다”고 1월 26일 X에 게시했다. 이후 예측 시장 폴리마켓(Polymarket)에서 버의 사면 가능성은 급락했다.

버는 2014년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세인트키츠 네비스 국적을 취득했다. 고액 자산가가 미국 시민권을 포기할 경우, 미 국세청(IRS)은 보유 자산의 시장 가치를 기준으로 ‘출국세(Exit Tax)’를 부과한다. 버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자산 가치를 과소 평가해 세금을 줄이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 재무부는 2024년 버를 세금 및 우편 사기 혐의로 기소하며, 그가 미국 내에서 운영한 기업들이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버는 1월 27일 공개된 영상에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탈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이념적 탄압의 결과”라고 반박했다.

그는 과거 연방수사국(FBI)과 알코올·담배·화기단속국(ATF)을 비판한 것이 자신을 탄압하는 배경이 됐다고 주장했다. 1993년 와코(Waco) 참사 이후 ATF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 그를 표적으로 만들었으며, 과거 불법 폭죽 판매 혐의로 10개월간 복역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버의 지지자들은 그를 ‘법적 탄압의 희생자’로 보고 있으며, 최근 트럼프가 실크로드(Silk Road) 창립자 로스 울브리히트(Ross Ulbricht)의 형을 감형한 사례를 들어 사면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울브리히트는 이미 10년 동안 복역했으며, 미국 내 마약 정책의 변화 속에서 감형이 이뤄졌다. 반면, 버는 아직 송환되지도 않았고 재판도 받지 않은 상태다.

또한 울브리히트는 실크로드 운영에 대한 후회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반면, 버는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일부 암호화폐 전문가들은 버가 단순히 벌금을 내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비트코인 개발자 제임스 오베이른(James O’Beirne)은 “그가 블록 크기 전쟁(Blocksize War) 당시 논란을 일으킨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비트코인 생태계에 기여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보안 기업 카사(Casa) 창립자 제임슨 롭(Jameson Lopp)은 “IRS는 사람을 감옥에 보내기보다 벌금을 받아내는 것을 선호한다”며, “버가 돈이 있다면 합의금을 내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폴리마켓의 예측에 따르면, 버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100일 이내에 사면될 가능성은 14%에 불과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울브리히트와 같은 사면 사례를 이어갈지, 버가 법적 절차를 통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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