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대통령과 의회 동맹에 1억3500만 달러의 선거자금을 지원하며 친암호화폐 정책 실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으나, 유럽과 아시아의 규제 강화로 정책 실현에 난항이 예상된다.
2일(현지시간) 크립토폴리탄에 따르면, 암호화폐 업계는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소송 중단, 은행 업무 접근성 확대, 미국 비트코인 준비금 설립 등을 기대하며 트럼프 캠프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했다. 트럼프는 스스로를 '암호화폐 대통령'으로 칭하며 업계의 지지를 받았다.
유럽은 이미 독자적인 규제를 시행 중이다. 12월 30일부터 테더(Tether)의 USDT 같은 스테이블코인은 준비금의 60%를 전통 은행 계좌에 보관해야 한다. 테더의 파올로 아르디노 CEO는 이를 "매우 큰 시스템적 위험"으로 평가했다. 규정 미준수 시 유럽 투자자들의 접근이 제한될 수 있다. 한편 은행들은 규제 지원을 받아 자체 스테이블코인 스타일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이러한 조치는 전통 금융기관들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아시아는 또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탈중앙화보다 통제에 초점을 맞춘 블록체인 비전을 추진 중이다. 엠브릿지(mBridge)를 통해 미국 달러 지배력과 실리콘밸리의 금융 자유 이상에 도전하고 있다. 엠브릿지는 태국, 홍콩,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가 참여하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교환 시스템으로, 국제 금융거래 시스템 스위프트(SWIFT)를 우회해 미국의 감시를 피할 수 있다. 현재 미국 달러는 글로벌 거래의 36~40%를 매개하고 있으나, 엠브릿지가 성공하면 이러한 수요가 급감할 수 있다.
토큰화도 주목받고 있다. 시티그룹은 2030년까지 토큰화 시장이 4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홍콩은 녹색채권과 전기차 충전소를, 싱가포르는 스마트 계약을 통한 금융 서비스를 토큰화하고 있다. 반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에 대한 관심은 감소하고 있다.
2024년 공식 통화금융기관 포럼(OMFIF) 조사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13%만이 CBDC를 국경간 결제의 미래로 보고 있다. 이는 전년 31%에서 크게 감소한 수치다. 중국은 페이스북의 리브라(Libra) 프로젝트 발표 이후 디지털 위안화 출시를 서둘렀으나, 두 프로젝트 모두 약속했던 혁신을 이루지 못했다. 트럼프도 미국 디지털 달러에 관심을 보이지 않으며, 전 세계적으로 CBDC에 대한 열기가 식고 있다.
트럼프는 SEC 의장으로 업계 친화적인 폴 앳킨스를, 백악관 '암호화폐 차르'로 실리콘밸리 출신의 데이비드 삭스를 임명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 강화 기조와 대비되는 신선한 변화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는 취임 첫날인 1월 20일부터 행정명령이 시행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가 석유 거래 등 주요 분야에서 달러화에 도전하고, 서방 중앙은행들이 예금보험에 기반한 예금 토큰을 준비하는 등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급격한 변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예금 토큰은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1대1 준비금이 필요 없어 예금보험으로 사용자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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