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의 기술주 5종의 성과를 이끈 요인으로 '인공지능(AI)'과 '암호화폐'가 지목됐다.
25일(현지시간) CNBC는 시가총액 50억 달러가 넘는 미국 기술 기업 중 올해 최고의 성과를 낸 5개 종목은 ▲앱러빈(AppLovin)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 ▲팔란티어(Palantir) ▲로빈후드(Robinhood) ▲엔비디아(Nvidia)라며 "올해 이러한 미국 기술주 성장의 핵심 촉매제는 인공지능과 암호화폐였다"고 밝혔다.
매체는 "기업이 AI 기술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33% 오른 나스닥 지수를 비롯해, 미국 지수들이 두 자릿수 상승세를 보인 올해 주식시장 반등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본 기업은 AI의 빠른 발전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 시장에서 두드러진 또 다른 주제는 암호화폐였다"면서 "1월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를 시작으로, 암호화폐가 큰 주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암호화폐 업계가 지지를 보낸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로 이러한 열기가 절정을 맞았다"면서 "암호화폐와 관련된 여러 종목들이 큰 상승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앱러빈(AppLovin)
올해 초 시가총액 130억 달러에서 시작한 앱러빈은 연말 기업가치가 1100억 달러를 넘으며 스타벅스, 인텔, 에어비앤비의 가치를 뛰어넘었다. 24일 기준 앤러빈 주가는 연중 758%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다른 모든 기술 기업을 크게 앞질렀다.
2021년 상장된 앱러빈은 코로나 시대 온라인 게임 열풍 속에 주목을 받았지만 현재는 온라인, 모바일 광고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AI 발전과 함께 폭발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작년 광고 검색 엔진 'AXON 2.0'을 출시, 기업이 소유한 게임 앱에 더 정교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고 있다. 라이선스를 받은 스튜디오에서도 해당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3분기 소프트웨어 플랫폼 매출은 66% 증가한 8억35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매출 성장률 39%를 뛰어넘었다. 분기 순이익은 300% 급증했으며 회사의 이익률은 1년 만에 12.6%에서 36.3%로 상승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
2023년 주가가 346% 상승한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 매수 전략을 통해 올해도 467%의 상승 성과를 냈다.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소프트웨어 공급업체였던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2020년 비트코인 매수 전략을 발표하고 폭발적인 주가 상승을 경험하고 있다.
주식 매각, 부채 발행을 통해 44만4000 BTC 이상을 매입, 자산 가치가 약 440억 달러에 달한다.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 IBIT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 중이다.
소프트웨어 회사였던 당시 약 11억 달러였던 시가총액은 현재 800억 달러까지 성장했다. 상승 움직임은 일찍부터 진행됐지만 지난달 트럼프의 대선 승리를 통해 추가적인 상승세를 더했다. 대선 이후 주가는 57%, 비트코인은 약 44% 상승했다.
마이클 세일러는 대선 직후 CNBC와의 인터뷰에서 "공화당의 승리로 인해 비트코인이 순풍을 받아 상승하고 있다"면서 "다른 암호화폐도 곧 상승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비트코인이 여전히 암호화폐 분야에서 안전한 투자 대상으로 남아 있다"면서 "새로운 암호화폐 규제 체계가 마련되면 산업 전체가 급격히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팔란티어(Palantir)
국방 기관에 데이터 분석 도구를 제공하는 팔란티어는 올해 주가가 380% 상승했다. 예상치를 상회하는 3분기를 실적을 올렸으며, 대선 하루 전날에 4분기 및 올해 수익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는 실적발표 자리에서 "끊임없는 AI 수요로 인해 완전히 압도적인 분기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23% 상승했으며 트럼프 당선 다음 날에도 8.6%의 추가 상승세를 보였다.
팔란티어의 공동 창업자이자 이사회 구성원인 피터 틸은 2016년 캠페인에서 트럼프를 지지했으며 선거 이후 기술 경영진과의 회의 조직을 지원한 바 있다.
알렉스 카프의 경우, 2024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카말라 해리스를 공개 지지하며 피터 틸이 과거 트럼프를 지지한 일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주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월가는 트럼프 당선 이후에도 팔란티어로 많은 군사 지출이 유입될 것을 낙관하고 있다.
카프는 선거 직전 실적 발표에서 보낸 주주 서한에서 ""가장 발전된 AI 기술에 대한 미국 정부와 민간 고객사의 지속적인 수요에 부응하며 사업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고, 이로 인해 재무 성과가 기대치를 초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LSEG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팔란티어의 매출이 24% 증가한 3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로빈후드(Robinhood)
로빈후드 주가는 올해 3배 이상 올랐다. 10월 31일 부진한 실적이 공개되면서 17% 후퇴했지만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모든 암호화폐 관련 주식이 상승하는 가운데, 로빈후드 주가는 20% 급등했다.
로빈후드는 소매 투자자들이 손쉽게 주식과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앱을 제공하고 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부터 도지코인, 시바이누, 봉크 같은 알트코인까지 약 20종의 암호화폐를 지원한다.
암호화폐는 기업의 주요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3분기 암호화폐 거래에서 발생한 매출은 전년 대비 165% 증가한 6100만 달러로, 총 순매출의 10%를 차지했다.
블라드 테네브 로빈후드 CEO는 지난달 회사 투자자 설명회에서 "암호화폐는 단순한 투자 자산이 아니라 결제, 대출, 다양한 거래 가능한 자산의 기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파괴적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LSEG에 따르면 4분기 로빈후드는 70% 이상 증가한 8억570만 달러의 매출을 달성하며 2021년 상장 이래 가장 최대 분기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로빈후드 주가는 코인베이스의 주가 실적(61%)을 크게 앞섰지만, 시가총액은 여전히 코인베이스가 700억 달러로 두 배가량 더 크다.
엔비디아(Nvidia)
작년 생성형 AI 열기로 239% 상승한 엔비디아는 올해 183% 추가 상승하며 시가총액이 2조2000억 달러나 증가했다.
엔비디아는 올해 두 차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상장 기업 자리를 차지했다. 현재는 애플이 약 4조 달러로 1위를 회복했고, 엔비디아가 3조4000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가 3조3000억 달러로 뒤를 잇고 있다.
주요 클라우드 벤더와 인터넷 기업들이 AI 지원을 위한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엔비디아는 AI 붐의 최대 수혜주가 되고 있다. 연간 매출은 지난 6분기 동안 최소 94%씩 증가했으며 이 중 3번은 200%를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최근 실적발표 자리에서 차세대 AI 칩 '블랙웰'이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4분기 블랙웰 매출이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고객이 시장에 가장 먼저 도달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면서 "블랙웰은 이미 주요 파트너들에게 전달됐으며 이들은 데이터 센터 구축에 매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장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의 분기별 성장률이 점진적으로 낮아져 약 40% 중반대에 이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소수의 대형 기술 기업에서 비정상적으로 많은 매출을 얻고 있어 경제 변동이 발생할 경우 투자자들에게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엔비디아는 신규 AI 서비스를 개발 중인 수많은 기업들과 협력 중임을 강조하고 있다. 크레스 CFO는 실적발표 자리에서 "이러한 기업들은 향후 수년간 수십억개의 에이전트를 배치할 수 있는 AI 애플리케이션의 개발 속도를 가속화하며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