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가 암호화폐를 폭넓게 수용하는 가운데 대기업에 비트코인 매입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매체는 "보수단체들이 반(反) 워크(anti woke)와 자유기업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새로운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포춘 100대 기업이 자산 일부를 비트코인으로 전환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0월 보수주의 싱크탱크 '내셔널 센터 공공정책연구소'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에 비트코인 투자를 고려하라고 요구하는 주주 제안서를 제출, 비트코인 투자를 통해 기업과 투자자를 물가상승에서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싱크탱크는 "더 많은 비트코인 관련 제안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시장이 시민을 억압하는 방향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정부 통제 밖에서 운영되는 비트코인의 채택 확대는 자유 지향적 의제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략은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와 내각이 암호화폐를 적극 수용하는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는 7월 "미국을 지구상의 암호화폐 수도로 만들겠다"며, 바이든 행정부보다 훨씬 완화된 규제 접근 방식을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동영상 플랫폼 럼블은 11월에 2000만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확보하여 현금 자산의 약 15%를 다각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크리스 파블로프스키 럼블 CEO는 "암호화폐 친화적 미국 행정부의 당선과 기관 채택 증가"를 비트코인 투자 결정 배경으로 설명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도 암호화폐 지지자이다.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는 과거 15억 달러를 비트코인에 투자하며 자산 다각화와 현금 수익률 극대화를 위한 조치라고 밝힌 바 있다.
에단 펙 자유 기업 프로젝트 부소장은 "기업들은 물가상승으로 인해 약화될 수 있는 현금을 보유하며 지나치게 안주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최선의 답은 비트코인"이라고 주장했다.
내셔널 센터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자산 1%를 비트코인에 투자할 것을 제안했다. 관련해 비트코인 최대 보유사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이사회 의장 마이클 세일러가 "비트코인은 다음 기술 물결"이며 "암호화폐에 대한 대중적·정치적 지지가 커지고 있다"고 주주들을 설득했지만 압도적인 반대로 부결됐다.
이달 아마존에 제출된 제안서는 총 자산의 5% 미만을 비트코인에 투자할지를 검토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제안서와 마찬가지로, 회사의 현금과 채권 보유액이 물가상승으로 인해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는 주장이 담겼다.
아마존은 3분기 말 약 5850억 달러의 현금 및 유사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했으며, 5%는 약 292억5천만 달러에 해당한다.
에단 펙 부소장은 "내셔널 센터가 다른 주요 회사와 비트코인 제안을 협의 중이며 곧 추가 제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회사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기업의 비트코인 채택에 대한 견해는 엇갈린다.
모닝스타의 애널리스트 댄 로마노프는 "물가 방어 역할에 가장 적합한 자산은 금이지만, 비트코인도 물가에 대한 유용한 방어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과 금 모두 지난 5년 동안 물가상승률을 뛰어넘는 가격 상승을 보였으며, 비트코인의 상승 폭이 훨씬 컸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경제 주기에서 암호화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역사적 데이터가 많진 않지만 적은 비율로 투자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애널리스트는 "아마존이 자산의 작은 부분을 비트코인으로 보유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오펜하이머 & 컴퍼니의 인터넷 연구 책임자 제이슨 헬프스타인은 "기업이 현금 대신 비트코인을 보유할 경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물가가 진정되고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에서는 불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지금 물가상승 시기에 있지 않다"면서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알파벳의 현금이 지난 1년 동안 유의미한 가치 손실을 겪었는지, 비트코인 조정 시 잃을 수 있는 금액과 비교하면 어떨지, 모든 경우를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트코인 채택을 통해 투자 수익뿐 아니라 주가 개선, 나스닥 지수 편입 등을 경험한 마이클 세일러 의장은 계속해서 기업의 비트코인 채택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화려한 결혼식에 거액을 쓴다는 기사가 나오자 마이클 세일러 의장은 "6억 달러면 상당한 비트코인을 매입할 수 있다"면서 투자를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