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으로 지명한 폴 앳킨슨(Paul Atkins)가 샘 뱅크먼 프리드(Sam Bankman-Fried)의 FTX 암호화폐 거래소 붕괴의 책임이 미국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가 SEC 수장으로 지명한 폴 앳킨슨는 FTX 사태를 가까이서 지켜본 인물이다. 그가 이끄는 워싱턴 소재 컨설팅 회사 파토맥 글로벌 파트너스(Patomak Global Partners)는 2022년 1월 FTX와 자문 계약을 맺었고, FTX 파산 10개월 전까지 로비스트로 활동했다.
앳킨슨는 지난해 팟캐스트에서 "FTX 붕괴는 미국이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는 규정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국제적 재앙"이라며 뱅크먼 프리드의 사기 행위가 거래소 붕괴의 핵심이라고 인정했다.
이러한 발언은 암호화폐 업계 경영진들이 수년간 제기해온 디지털 자산 관련 법적 모호성에 대한 불만을 반영한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하면서 규제 전망이 극적으로 바뀔 수 있음을 시사했다. 과거 암호화폐에 회의적이었던 트럼프는 이제 업계를 지원하고 암호화폐를 사랑하는 규제 당국자를 임명하겠다고 약속했다.
앳킨슨의 지명 소식에 암호화폐 시장은 환호했고, 비트코인(Bitcoin) 가격은 발표 후 수 시간 만에 처음으로 10만 달러를 돌파했다. 파토맥은 블록체인 스테이블코인 기업 리저브(Reserve)의 자문도 맡은 바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SEC 위원을 지낸 앳킨슨는 더 많은 암호화폐 기업이 미국에서 운영돼야 한다는 트럼프의 견해를 공유했다. 그는 SEC가 업계 참여자들을 해외로 내몰았다며 비난했다. 작년 40억 달러의 벌금을 물고 자금세탁 및 무역제재 위반 혐의로 유죄를 인정한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를 예로 들었다.
앳킨슨는 팟캐스트에서 "바이낸스가 주로 해외에 있는 이유는 SEC가 작성한 규정을 준수하면서 분산화된 원장 자산을 운영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방증권법 등록 전 분산화 네트워크 개발자들에게 유예기간을 주는 헤스터 피어스(Hester Peirce) SEC 위원의 토큰 세이프 하버법(Token Safe Harbor Act)을 강조했다. SEC에서 앳킨슨와 함께 일한 피어스는 수요일 X에 올린 글에서 "이 자리에 더 적합한 사람을 생각할 수 없다"며 지지를 표명했다.
앳킨슨는 1989년부터 1993년까지 SEC 위원장을 지낸 리처드 브리든(Richard Breeden) 밑에서 일했다. 현재 브리든 캐피털 매니지먼트(Breeden Capital Management)를 운영하는 브리든은 인터뷰에서 앳킨슨와 함께 일한 경험이 "모든 면에서 훌륭했다"고 말했다.
브리든은 디지털 자산 애호가들이 그의 지명을 환영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업계 입장에서는 암호화폐에 대한 지식이 많은 사려 깊은 인물이 규제를 담당하고 공정하고 균형 잡힌 규제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매우 기뻐할 만하다"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업계가 더 우호적인 규제 환경을 기대하는 가운데, 감시단체 아메리칸스 포 파이낸셜 리폼(Americans for Financial Reform)의 암호화폐·핀테크 담당 부국장 마크 헤이스(Mark Hays)는 이에 따른 위험성을 경고했다.
헤이스는 "앳킨슨가 업계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금융산업의 다른 부분에 대한 규제 완화 조치를 지지해온 과거 기록은 우려스럽다"며 "업계의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사기와 부실 경영 기록은 규제 당국이 이 분야를 면밀히 감시하고 강력한 감독과 책임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듀크대학교 강사이자 커피 앤 크립토(Coffee & Crypto) 팟캐스트 공동진행자인 리 라이너스(Lee Reiners)도 SEC의 완화된 암호화폐 접근법이 소비자들에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라이너스는 "오랫동안 암호화폐 업계를 모니터링해온 사람으로서, 그의 임명이 말하자면 암호화폐 사기와 사기의 황금기를 열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라이너스는 앳킨슨 체제에서 SEC가 암호화폐 기업들에 대한 소송을 줄일 수 있지만, 코인베이스 글로벌(Coinbase Global Inc.)과 크라켄(Kraken)에 대한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서는 앳킨슨의 이전 경험상 소송이 계속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전통에 따르면 신임 SEC 위원장이 이러한 소송을 끝까지 진행하며, 전통주의자이자 SEC에서 일했고 SEC를 기관으로서 신뢰하는 사람으로서 그는 이러한 소송을 끝까지 진행할 수 있다"고 라이너스는 말했다.
그러나 앳킨슨는 암호화폐 업계가 바라는 대로 이러한 소송을 진행하지 않기로 할 수도 있다.
SEC 인터넷 집행국 전 국장이자 앳킨슨와 함께 일했던 존 리드 스타크(John Reed Stark)는 앳킨슨가 위원장이 되면 진행 중인 조사와 소송을 검토해 어떤 것을 계속할 가치가 있는지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타크는 "그는 모든 진행 중인 소송의 스프레드시트를 검토하고 직원들에게 이러한 소송을 기각하거나 합의하거나 심지어 묶어서 공개 보고서를 발행하라고 지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혁을 추진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겠지만 앳킨슨는 이를 극복하고 암호화폐와 디지털 자산에 대한 규제 특별 연구를 시작해 그동안의 상황을 중단시킬 수 있다고 스타크는 말했다.
현 SEC 위원장 게리 겐슬러(Gary Gensler)는 1월 20일 사임할 예정이며 앳킨슨는 위원장이 되기 전에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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