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 암호화폐 시장 규제 집행 정책 대폭 수정 전망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그동안 강력하게 추진해온 암호화폐 거래소 규제가 중단될 것으로 전망된다.

1일(현지시간) 더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SEC는 지난해 바이낸스(Binance), 코인베이스(Coinbase), 크라켄(Kraken) 등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를 상대로 불법 증권 거래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암호화폐 업계는 기존 금융 규제가 디지털 자산에 적합하지 않다며 규제 준수를 거부했다.

게리 겐슬러(Gary Gensler) SEC 위원장은 업계가 요구하는 완화된 암호화폐 특화 규제안 대신 법적 조치를 선택했다. SEC가 법정에서 승리했다면 자유분방한 암호화폐 시장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기존 규제를 준수해야 했다. 하지만 소송 해결에는 수년이 걸릴 수 있고, 트럼프의 재선으로 겐슬러는 주요 소송이 마무리되기 전에 임기가 끝날 전망이다.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는 암호화폐 업계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암호화폐에 회의적이었던 트럼프는 최근 디지털 자산 업계를 지지하겠다고 약속했으며, SEC와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같은 기관의 독립성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차기 SEC 위원장은 암호화폐 거래소들과 우호적인 합의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겐슬러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로버트 스테빈스(Robert Stebbins) 전 SEC 법률고문은 "사기 혐의가 없는 한 향후 위원회가 이러한 소송을 기각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후보 명단에는 폴 앳킨스(Paul Atkins) 전 SEC 위원과 브라이언 브룩스(Brian Brooks) 전 코인베이스 법률 책임자도 포함됐다.

이는 2017년 트럼프 첫 임기 때부터 시작된 암호화폐에 대한 적대적 접근의 종말을 의미할 수 있다. 당시 트럼프는 암호화폐의 가치가 "허상에 기반한다"며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첫 임기 말, SEC는 13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XRP를 판매한 리플랩스(Ripple Labs)를 고소했다. SEC는 지난해 이 소송에서 일부 패소했다.

팬데믹 초기 암호화폐 거래소의 부상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시장 접근성이 높아졌고, 디지털 코인 가격은 신고가를 기록했다.

겐슬러는 SEC의 관심을 수백 개의 코인 발행사에서 거래소와 중개인으로 전환했다. 그는 이것이 만연한 규정 미준수를 다루는 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SEC의 초기 조사로 소규모 시장 참여자들과 수십 건의 합의가 이뤄졌지만, 거래소들의 신규 코인 상장은 계속됐다.

2022년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갑작스러운 붕괴와 암호화폐 대출 기관들의 연쇄 실패는 빠르게 성장하는 규제 없는 시장에 대한 겐슬러의 경고를 입증하는 것처럼 보였다. 개인 투자자들은 사기와 업계의 부실한 리스크 관리로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FTX 붕괴 몇 달 후, SEC는 코인베이스, 크라켄, 바이낸스가 투자자 보호법을 따르지 않고 증권을 판매했다며 무허가 거래소 운영 혐의로 가장 강력한 제재를 가했다.

소규모 기업들은 SEC와 합의했지만, 거래소들은 이를 현실적인 선택지로 보지 않았다. 거래소들에게 SEC의 조건에 따른 합의는 패배를 의미했다. 예를 들어 코인베이스는 거래하는 많은 디지털 코인을 상장 폐지하고 보유 토큰으로 추가 수익을 얻는 방법인 스테이킹과 같은 다른 프로그램을 중단해야 했다. 다른 SEC 규정은 거래소가 투자자 자산을 보유하는 것을 금지해 기능을 별도 회사로 분리해야 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암호화폐 기업들은 월가를 위해 작성된 투자 규정이 P2P 컴퓨터 네트워크에서 운영되도록 설계된 디지털 토큰에는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코인베이스는 대부분의 암호화폐가 상품이나 수집품에 가깝다며 야구 카드나 비니 베이비에 비유했다.

내달 겐슬러의 퇴임은 소송 초기 단계에서 SEC의 법적 주장 일부가 받아들여지는 시점과 맞물린다. 최근 승리 중에는 시애틀 연방 판사가 크라켄의 주장을 전면 기각하고 어떤 투자가 증권인지 판단하는 법적 테스트에 대한 SEC의 견해를 수용한 사례가 있다.

겐슬러는 최근 연설에서 "법원들이 형태와 관계없이 증권이 제공될 때 법을 집행할 수 있다는 SEC의 입장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다른 판사들은 우려를 표명했다. 에이미 버먼 잭슨(Amy Berman Jackson) 워싱턴DC 연방 지방법원 판사는 올 여름 바이낸스에 대한 SEC의 주장 일부를 기각하면서 "소송을 통해 수천억 달러 규모 산업을 감독하려는 기관의 결정은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으며, 일관성 없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SEC가 단속 경찰처럼 행동하며 귀중한 시간을 낭비했고, 투자자와 소비자를 위한 즉각적인 보호를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데 집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사라 해머(Sarah Hammer) 전무이사는 "올바른 접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겐슬러는 11월 연설에서 첫 트럼프 행정부 시절 SEC를 이끈 제이 클레이턴(Jay Clayton) 전 위원장이 사용한 전술을 단순히 계승했다고 말했다.

다른 이들은 겐슬러가 증권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암호화폐 기업들을 처벌하기 위해 집행부서를 활용하는 것 외에 더 나은 선택지가 없었다고 말한다. SEC 샌프란시스코 사무소 전 국장 마크 파겔(Marc Fagel)은 "암호화폐 업계가 100% 수용하는 규칙이 아니라면 모두 소송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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