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라 사건 민사 재판 시작...SEC "무너진 카드의 집" 비판

미국에서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와 권도형 전 대표의 사기 혐의에 대한 민사 재판이 시작됐다고 25일(현지시간) 로이터가 보도했다.

작년 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증권 사기를 벌인 혐의로 테라와 권씨에 소송을 제기했다.

SEC는 미국 뉴욕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테라는 처음부터 사기였고 무너질 수밖에 없는 '카드의 집'과 같았다"면서 "테라 붕괴로 투자자들은 거의 전부를 잃었다"고 밝혔다.

테라는 암호화폐 루나(LUNA)와의 연결을 통해 1달러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됐지만, 2022년 5월 달러 연동이 깨지면서 약 40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야기했다.

대형 암호화폐의 급속 붕괴는 암호화폐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여러 암호화폐 기업의 연쇄 파산과 약세장으로 이어졌다.

당국은 피고들이 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의 안정성에 대해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SEC는 "피고들은 2021년 5월 테라의 달러 연동이 깨졌을 때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제3자에 테라 대량 매입을 비밀리에 주선했지만 알고리즘의 안정성 때문에 가격이 회복된 것처럼 거짓 주장을 펼쳤다"고 고발했다.

아울러 한국 모바일 결제 앱 차이에서 고객과 판매자 간 거래 처리·정산에 테라 블록체인이 사용된다고 투자자를 오도한 사실도 지적했다.

SEC는 피고들에게 민사 벌금을 부과하고 증권 업계에서의 활동 금지를 명령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테라 측 변호를 맡은 루이 펠레그리노는 SEC의 고발이 취사선택된 증거들과 내부고발자 보상금을 노리는 증인들의 증언을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씨 측 데이비드 패튼 변호사는 권씨가 "테라에 위험성이 없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밝혔으며 "(사업) 실패와 사기는 다른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당초 1월 예정이었던 재판은 권씨의 출석을 위해 한 차례 연기됐었다. 하지만 몬테네그로에서의 신병 인도 결정이 번복·지연되면서 민사 재판은 권 전 대표의 출석 없이 2주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권 전 대표는 작년 3월 위조 여권을 사용해 이동하던 중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돼 징역 4개월의 실형을 살았다.

현재 한국과 미국 모두 권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요구하고 있다. 몬테네그로 법원은 최근 한국 송환을 최종 결정했지만 대검찰청이 적법성 판단을 요청하면서 인도가 보류됐다.

한편, 이달 28일에는 FTX 전 CEO 샘 뱅크먼 프리드가 유죄 평결을 받은 7개 중범죄 혐의에 대한 선고를 예정하고 있다. 창펑 자오 바이낸스 전 CEO는 중범죄 혐의 1건에 대해 내달 30일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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