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스테이블코인 '테더'가 불법 금융 및 범죄 활동에 악용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15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가 동남아 지역에서 자금세탁·사기 활동에서 주요 결제 수단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대형언어모델(LMM) 챗봇, 딥페이크, 자동화 등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정교하고 파괴적인 사이버 사기 수법이 등장하고, 개인과 일반 금융권에 큰 위협을 야기하고 있다"면서 이를 막기 위한 정책들을 제안했다.
이 가운데 '카지노' 및 관련 모객·마케팅 지원 사업체 '정킷(Junket)'과 함께, 암호화폐를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자금세탁, 지하금융, 사이버 사기 활동의 주요 동력으로 지목했다. 특히 자금세탁과 사기 범죄에 테더가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고 짚었다.
유엔 보고서는 "불법 운영 도박 플랫폼들이 암호화폐를 통해 자금을 세탁하고 있으며 테더가 관련해 가장 인기 있는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돼지도살' 등 사기 수법에도 테더가 널리 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돼지도살은 초기 수익을 돌려줘 신뢰를 얻은 뒤 더 큰 금액을 가로채는 사기 수법으로, 피해자와 친밀한 관계를 구축하는 로맨스 스캠과 암호화폐 투자 스캠을 결합한 형태로 나타난다.
지난 11월 테더는 미국 법무부와 협력해 돼지도살 사기를 벌인 동남아 국제 인신매매 조직의 월렛을 동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동결 자금은 2억2500만 달러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이번 유엔 보고서에 대해 테더는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그간 은행권을 뛰어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해 여러 국가 법 집행기관과 협력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USDT 거래는 모두 추적 가능하기 때문에 범죄 집단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없다"면서 "실제로 지난 몇 달 동안 3억 달러 이상의 USDT를 동결했다"고 밝혔다.
테더는 "유엔이 USDT의 리스크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범죄 차단 조치를 개선할 방안을 연구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촉구했다.
테더는 시가총액 950억 달러의 최대 스테이블코인이다. 2023년 한 해 스테이블코인 시장 점유율이 50%에서 71%까지 증가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