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이 올해 금리인하에 대해 확신 없는 태도를 보이면서 시장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2월 12일과 13일 진행된 정례회의 의사록을 공개했다. 회의 참가자들은 물가 움직임을 낙관적으로 평가하고 금리인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정책 경로 수정에 대해 상당히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FOMC는 지난달 12월 12일과 13일 2023년 마지막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5.25-5.50%로 동결했으며 점도표(위원 개별 전망치)를 통해 0.75%p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시장은 긴축 종료를 확신하면서 이르면 3월부터 6번의 금리인하가 있을 것을 기대해왔다.
의사록에 따르면 FOMC 위원들은 물가 안정화 작업에 진전이 있다고 진단했다.
근원 서비스 물가가 상승하는 등 물가 개선이 고르지 않다는 점이 지적됐지만, 2022년 중반 물가 급등을 촉발한 공급망 문제가 해결된 점, 6개월 간의 개인소비지출 측정 기준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를 밑돌았다는 점 등을 언급했다. 물가가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상태라는 이전 기록은 삭제됐다.
또한 정책 전망을 논의할 때 참가자들은 대부분 "이번 긴축 주기에서 금리가 정점이나 그 부근에 있다"고 판단했고, "물가상승률 전망치 개선 추이를 반영해 올해 말까지 금리를 낮추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는 데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면서 통화 정책이 즉각 완화될 가능성을 배제했다. FOMC 위원들은 올해 금리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실제 정책 경로는 경제가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부 위원들은 "물가상승률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고, 다른 위원들은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추가 인상도 가능하다"고 발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사록은 "FOMC 회의 참가자들이 신중하고 데이터 의존적인 접근 방식을 유지할 것을 강조했으며, 물가가 목표 수준을 향해 지속적으로 하락할 때까지 당분간 제한적인 정책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의사록에 대해 알리안츠 인베스트먼트의 수석 투자 전략가 찰리 리플리는 "12월 FOMC 회의에 대한 지나치게 비둘기파적인 해석을 되돌리려는 연준의 또 다른 시도"라면서 "시장이 연준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고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데이비드 켈리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연준은 물가와의 싸움에서 '이겼다'고 말할 의향이 없다"면서 이번 의사록은 연준이 아직까지 상황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노무라의 경제학자 제레미 슈워츠는 "의사록은 연준 관계자들이 물가를 정복했다는 확신이 결여된 상태라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현재 시장이 반영하고 있는 조기, 광폭 금리인하와 일치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 총재는 한 연설에서 "위원들 사이에 연내 금리인하가 없다는 전망부터 최대 6번까지 금리인하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의견이 분분하다"고 밝혔다.
리치몬드 총재 자신은 연착륙을 위한 작업에 여러 위험이 내재돼 있는 만큼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경기침체 없이 물가상승률을 2% 내외로 회복하는 경제 연착륙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지만 필연적인 수순은 아니다"라면서 "고금리 상황에 소비자와 기업이 지출을 줄이면서 경기침체, 경착륙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내부적으로 물가 목표치를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목표 도달 전에 목표를 변경하면 연준의 핵심 자산인 신뢰성을 잃게 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여전히 6번의 금리인하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3월 첫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은 전날 78% 수준에서 현재 66% 수준까지 크게 약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