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암호화폐를 통한 테러 자금 조달 가능성을 두고 논의를 심화하고 있다.
미국 하원 디지털자산 소위원회는 15일(현지시간) '디지털 자산의 불법 활동 차단'과 관련해 청문회를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암호화폐의 불법 활용이 실제 사실보다 과장돼 있다면서 암호화폐 자체가 아니라 '불법 행위' 방지에 초점을 맞춘 기술·정책적 노력을 촉구했다.
프렌치 힐 하원의원은 모두 발언에서 "범죄자들은 불법 활동을 벌이기 위해 끝까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면서 "테러 자금 조달의 책임이 핸드폰과 인터넷에 있지 않은 것처럼 암호화폐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10일 월스트리트저널이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하마스와 여러 무장 단체가 암호화폐를 통해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고 보도하면서 암호화폐를 통한 불법 금융에 관심이 쏠렸다.
암호화폐 회의론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의원 100여명은 17일 백악관과 재무부에 "암호화폐 불법 금융의 위험을 철저히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과 프렌치 힐 하원의원은 26일(현지시간) 법무부에 서한을 발송, 바이낸스와 테더의 불법 금융 연루 가능성을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월리 아데예모 미국 재무부 차관은 "하마스의 자금 조달을 막기 위해 수 주 내 암호화폐 단속 등 제재를 추가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업계는 매체가 블록체인 분석업체 엘립틱 데이터를 잘못 해석해 암호화폐를 통해 유입된 테러 자금 규모를 과도하게 부풀렸다고 지적했다.
실제 규모는 전통 금융을 통한 테러 자금에 비해 상당히 적은 수준이며, 암호화폐는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통 금융 대비 범죄 활용에 제한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 앞서 일부 하원의원 그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에 서한을 보내 "암호화폐를 통한 하마스의 자금조달액을 정량화할 것"을 촉구했다.
톰 에머, 패트릭 맥헨리, 프렌치 힐, 리치 토레스, 빈센트 곤잘레즈, 돈 데이비스, 와일리 니켈, 조시 고트마이어 등 53명의 하원의원이 서한에 서명했다.
이들은 "암호화폐를 통해 조달한 테러 자금 규모와 전통 금융을 통한 테러 자금 규모를 비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하마스가 암호화폐를 이용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우려는 있지만 어느 정도의 문제인지 불분명하다"면서 실제 테러 자금 조달액, 자산 압수 과정에서의 미국 정부 역할 등에 대해 이달 29일까지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줄 것을 요구했다.
맥헨리 의원은 성명에서 "의회가 디지털 자산이 불법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는 실제 범위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관련 보도가 엇갈리고 있는 만큼 초당적인 진상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렌치 힐은 서한에서 "테러 자금 조달은 현금, 암호화폐, 어떤 형태이든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회가 테러 조직의 암호화폐 자금 조달 방안과 효과적인 차단 방안을 파악해야 한다"면서도 동시에 "불법 행위자가 문제이지 암호화폐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럽연합 의회에서도 암호화폐를 통한 테러 자금 조달을 막기 위한 입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의회는 암호화폐 기업들이 1000유로 미만의 거래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법안은 논의 단계로, 의회 본회의 표결과 채택 절차를 거친 뒤 시행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