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10일(현지시간) 미국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미국의 재정 상태 악화와 정치 기능 마비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신용평가사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여전히 최고 수준인 AAA라는 점을 재확인하면서도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함으로써 향후 강등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무디스는 "금리가 더 높아진 상황에서 정부 지출을 줄이거나 세입을 늘리기 위한 효과적인 재정 정책 조치가 없다"면서 미국이 심각한 재정 적자 상태를 유지하고 부채 여력을 크게 약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용등급 조정 원인인 '예산안 합의'는 아직까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셧다운 직전까지 갔다가 임시예산안을 통해 이달 17일까지 시간을 벌어놨지만, 여전히 셧다운 우려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일 마이크 존슨 신임 하원 의장은 내년 1~2월까지 연방 기관부처별 예산 소진 시점을 달리하는 임시예산안을 제안했지만 합의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채무불이행으로 셧다운에 들어간다면 주요 행정 업무가 마비될뿐 아니라 정부기관의 수백만 직원들에 대한 급여 지급이 중단되면서 경기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촉발할 수 있다. 국가신용등급의 추가 조정으로, 국가의 채무 이행 능력에 대한 신뢰가 줄어든다면 저금리로 수조 달러를 대출받을 수 있었던 채권 역량 역시 약화될 전망이다.
지난 8월 신용평가사 피치도 미국 장기 외화표시 채권발행자 등급(LT IDR, 장기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피치 역시 미국 재정 상태와 부채 부담, 아울러 이에 대한 정치적 대립 극화를 문제로 언급했다.
당시 주식 시장은 다우 지수가 0.9%, 나스닥 지수가 2.2%, S&P500 지수가 1.4% 하락하며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의 주식 시장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부터 신용카드까지 이자 부담이 커지는 신용 여건 악화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제이 핫필드 인프라스트럭쳐 캐피털 매니지먼트 CEO는 "미국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들어갈 위험은 없지만, 신용등급 전망이 낮아지면 외국 투자자에 대한 채권 매력도에 영향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하향 조정은 예산 수립 절차가 완전히 망가졌기 때문"이라면서 "문제의 핵심은 예산 통과를 위한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절차가 없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 같은 무디스의 조정에 대해 백악관 대변인은 "공화당의 극단주의와 역기능이 가져온 또 다른 결과"라고 비판했으며,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무모한 지출 의제의 실패가 드러난 사례"라고 지적하는 등 간극을 좁히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