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미국 법인 직원들이 트레이딩 계열사 '알라메다 리서치'에 대한 백도어(비정상 접근 방안)를 발견해 임원진에 보고했지만 묵살됐다고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이 관련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제출된 법원 문건에 따르면 알라메다는 시스템 백도어를 통해 FTX 고객 자금에 접근해 최대 650억 달러 마이너스 잔고를 가질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은 우연히 백도어를 발견하고 부서장에게 해당 사실을 알려 샘 뱅크먼 프리드 전 CEO와 니샤드 싱 전 엔지니어링 이사과 논의했지만, 사안은 해결되지 않았고 문제를 제기한 직원이 해임됐다고 전했다.
2021년 FTX 미국 법인이 인수한 미국 암호화폐 파생상품 거래소 '레저엑스' 소속 직원들은 2022년 초 엄격한 미국 규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FTX 해외 플랫폼의 코드를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하다가 백도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레저엑스 직원 짐 아우텐은 작년 5월 "코드 베이스에 알라메다가 특별 대우를 받는 곳이 몇 군데 있다"는 메세지를 보냈고, 이에 짐 아우텐의 상사이자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출신의 레저엑스 최고위험책임자(CRO) 줄리 쇼닝은 "해외 거래소에 대한 규제는 덜 엄격하지만, 우리(미국 법인)는 이런 문제들을 없애야 한다"고 답변했다.
자크 덱스터 레저엑스 CEO를 통해 해당 내용을 전달받은 니샤드 싱은 코드 일부를 삭제하면서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됐지만, 실제 백도어는 남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3개월 뒤인 8월 쇼닝은 직원들에게 '부적절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혐의로 해고됐는데, 관계자들은 "부적절하게 메시지를 조작하거나 맥락과 다르게 삭제했다"면서 "쇼닝이 FTX 위험관리 문제를 파악한 것이 임원진을 짜증나게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쇼닝이 해고 건에 대해 소송 의사를 밝히자 FTX는 500만 달러의 합의금을 주고 수습했다. 법원 문건에 따르면 거래소는 사기 행위를 폭로하겠다는 다른 내부자들에게도 입막음을 위한 뒷돈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주 전신 사기 및 공모 등 7건의 혐의에 대한 FTX 설립자의 형사재판이 뉴욕 연방법원에서 시작됐다. 샘 뱅크먼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지만, 니샤드 싱, 캐롤라인 엘리슨 알라메다 CEO 등은 사기 혐의를 인정하고 재판 핵심 증인으로 나서는 등 당국에 협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