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파산한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설립자 샘 뱅크먼 프리드에 대한 형사 재판이 4일 12시 30분(현지시간) 뉴욕에서 시작된 가운데 미 검찰은 그의 암호화폐 사업인 FTX 제국은 거짓 위에 세워진 '카드의 집'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네이슨 렌 검사는 12명의 배심원에게 "전직 '암호화폐 제왕(crypto king)'이 고객들을 속이고, 돈을 이용해 부, 권력, 영향력을 매수했다"면서 "이를 입증할 증거와 전문가 증인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검사는 "샘 뱅크먼이 모든 돈, 즉 다른 사람의 돈을 투자에 쏟아 부었으며, 자신을 위한 온갖 일에 썼다"고 주장했다.
FTX 설립자 측 변호인단은 모두진술에서 FTX와 알라메다 리서치의 전 설립자가 단순히 두 사업의 성장 속도에 압도당했을 뿐 고객 자금을 훔칠 의도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샘 뱅크먼은 사기를 치거나 훔친 적이 없다"면서 "사업이 빠르게 성장했다가 극적으로 붕괴하는 동안 자기 잘못이 없었음에도 선의를 가지고 행동했다"며 검찰 주장에 맞섰다.
검찰 측 주장
네이슨 렌 검사는 샘 뱅크먼이 고객 자금이 들어있는 계좌에서 수십억 달러를 사용했지만, 고객은 이 사실을 알 길이 없었다고 밝혔다.
FTX 앱과 이용약관은 고객에게 예치금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잘 보관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실상은 더 작고 비밀스러운 기업인 '알라메다 리서치'로 자금을 빼돌리고, 자신과 친구, 가족을 위한 사치품 구입에 소모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샘 뱅크먼이 작년 5월과 6월 FTX에서 100억 달러 이상을 빼서 자매 기업 알라메다 리서치의 채무를 변제했고 허위 재무제표 작성을 지시하는 등 은폐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회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고객 자금을 정치적 기부에 사용했다고 말했다.
렌 검사는 샘 뱅크먼이 의회 증언 자리에서와 트위터를 통해 '고객 자금을 훔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가장 가까운 친구와 연인에게는 자금 공백이 크다는 사실을 알렸다는 점을 지적했다.
코인데스크 보도로 알라메다의 재무제표가 온라인에 유출되면서 이 같은 거짓이 발각됐고 FTX 붕괴 움직임이 시작된 사실을 언급했다. 검사는 "이 같은 상황에서도 거짓으로 고객을 안심시켜 수천명이 수십억을 잃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샘 뱅크먼이 직원들에게 내부 메시지 삭제 지시, 계약 및 기타 문서 위조 등 흔적을 감추려고 한 점도 짚었다.
검사는 샘 뱅크먼 측 주장과 달리, FTX가 무너진 이유는 암호화폐 약세장 때문이 아닌 고객 자금 오용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샘 뱅크먼 측 주장
변호인단 대표인 마크 코헨은 모두진술에서 샘 뱅크먼은 도둑이 아니라 정말 열심히 일한 사람일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사는 "샘 뱅크먼은 예상치 못한 악재로 무너진 스타트업의 CEO"라며 ""파산 선언은 범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샘 뱅크먼은 상당히 빠르게 성장했던 기업들에 대해 매일 수백개의 결정을 매우 빠르게 내려야 했다"면서 "어떤 CEO도, 특히 샘 뱅크먼의 경우 모든 곳에서 모든 일을 할 수 없었던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알라메다 리서치와 FTX가 밀접하게 얽혀 있었고, 샘 뱅크먼이 2021년 CEO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알라메다 사업 결정에 상당히 관여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는 "뱅크먼은 알라메다의 대주주였기 때문에 관여한 것으로, 전혀 문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변호사는 "FTX는 유동성이 필요했고, 알라메다 리서치가 시장조성자 역할을 맡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라메다에 대한 대출은 허용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며, 기업이 잘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알고 있는 사실대로 일을 처리했을 뿐 의도적으로 허위 문서를 작성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샘 뱅크먼 측은 알라메다 리서치의 붕괴가 암호화폐 침체 상황에서 희생된 것이라며, 캐롤라인 엘리슨 전 CEO가 헤징을 하지 않은 점을 언급하는 등 책임 일부를 돌리기도 했다. 또한 "바이낸스 CEO의 트윗이 대규모 예금 인출을 촉발했다"고 진술하는 등 FTX 설립자가 문제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동안 암호화폐 미디어, 자오창펑 바이낸스 CEO 등의 공격을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이날 13만4000달러의 손실 피해를 입은 FTX 고객과 FTX와 알라메다 리서치에서 일했던 샘 뱅크먼의 친구가 검찰 측 증인으로 참석했다.
FTX 고객은 작년 11월 거래소가 문제가 있다는 뉴스가 나왔지만, '해결 가능한 문제이며 고객 자금을 투자하지 않았다'는 뱅크먼의 트윗을 보고 안심해 자금을 바로 인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음날인 8일 자금 인출이 불가능했고 현재까지도 접근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한 FTX 자금이 다른 거래에 사용될 것을 예상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타인이 자신의 계좌로 거래하는 것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범죄 혐의에 대해 기소하지 않는다는 면책특권 하에 나선 두 번째 증인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에 함께 공부한 샘 뱅크먼의 오랜 친구이자 전 FTX 엔지니어로, "알라메다가 채무를 갚기 위해 고객 예금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사임했다"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