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압력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지만 세계 주요 통화 당국은 이미 최고 금리 수준에 도달했거나 거의 임박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CNBC가 보도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4일 금리를 0.25%p 인상, 기준금리를 4.5%, 수신금리를 4%까지 올렸다.
추가 금리 인상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지만 기존 금리가 "충분히 오랫동안 유지한다면 물가상승률을 적시에 목표치로 되돌리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될 만한 수준"이라면서 금리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신호를 보냈다.
독일 베렌베르크의 홀거 슈미딩을 비롯한 경제학자들은 ECB 금리 인상 발표 후 "앞으로의 논의는 현재 금리 수준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될 것인가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들은 2024년 9월 전에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면서 유럽이 12개월 동안 4% 수준에서 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가 급등 등 물가 상승 요인은 변수로 남아있다. 최근 원유 선물은 10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미국과 유럽의 상품 가격과 물가 기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이미 단기적인 물가 전망이 암울한 상황이며 가계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ECB가 제시한 유로존 물가 전망치는 올해 평균 5.6%, 내년 3.2%로, 각각 이전 전망치인 5.4%, 3%에서 상향 조정됐다. 중기 전망을 나타내는 2025년 전망치는 2.2%에서 2.1% 내렸다.
라파엘 투인 티케하우 캐피털 자본시장 전략 책임자는 "ECB 인상 사이클 종료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놀라울 만큼 강하고 회복력이 있으며, 구조적인 흐름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투인은 "소비재 및 상품 물가 등 물가 둔화 요인은 힘이 고갈되고 있기 때문에 보다 설득력 있는 물가 하락 추세가 나타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ECB가 물가와의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고 간주해 금리를 추가 인상할 위험이 있다면서, "앞으로 몇 주 동안 나올 거시 경제 데이터가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시장은 9월 금리 동결을 확신하고 있지만 연내 남은 기간 동안 추가 금리 인상을 진행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로이터 통신이 실시한 경제학자 대상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20%가 최소 한번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 인사들은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28명의 경제학자는 내년 1분기에 금리 인하를, 33명은 내년 2분기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고 답했다.
연준은 지난달 금리를 추가 인상할 여지가 있다면서 시장의 완화 기대감을 크게 경계하고 있다. 통화 당국은 금융 여건이 완화될 경우 물가 상승 추세가 다시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올 들어 가장 빠른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유가 급등을 반영하며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근원 물가는 전월 대비 0.3%, 전년 동월 대비 4.3% 상승으로 집계됐다.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률을 나타냈다.
시장은 이번주 19일과 20일 진행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의 금리 결정, 연준 의장 발언, 아울러, 연준 정책 입안자들이 분기별로 발표하는 금리 전망치(점도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6월 연준은 2025년까지 물가상승률이 2.1%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J. 사프라 사라신 경제학자들은 "상대적으로 강력한 경제 데이터와 고착화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연준이 매파적 편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FOMC가 3분기 점도표에도 연말 마지막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남겨두겠지만 실제로 이를 실행하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도 이달 마지막 금리 인상을 예상되고 있다. 물가상승률은 6.8%로 여전히 높지만 경제 압박 징후와 경기 침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물가상승률이 연말까지 5%를 기록하고, 내년 말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며 2025년 초에는 2% 목표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퀼터 인베스터스의 마커스 브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영국의 7월 국내총생산(GDP)이 약화됐음을 언급하며 영란은행은 꼭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BNP파리바 애널리스트들은 임금 및 물가가 여전히 오르고 있지만 경제 둔화 지표가 나오고 있어 이달 마지막 비둘기파적 인상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영국 5~7월 임금 상승률은 7.8%로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실업률이 0.5%p 증가하며 고용 냉각 조짐을 나타내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 6월까지 3개월간 연체금이 7년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ING 개발 시장 경제학자인 제임스 스미스는 "물가상승률과 임금상승률 전망치 모두 하향 조정됐지만, 이제 채용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업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면서 "11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지만 데이터 흐름과 최근 영란은행 논평을 볼 때 금리 일시 동결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