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서 열린 웹X 컨퍼런스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스테이블코인 공존 여부에 대한 논의가 25일(현지시간) 진행됐다.
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법정 화페에 가치담보를 하고 발행된다는 점에서 그 역할이 비슷하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받고 왔다. 또 이미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어 있는 시장에 CBDC가 정부의 지원책을 받으며 등장한다면, 스테이블코인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 바 있다.
해당 논의에는 마사키 베쇼 일본 중앙은행 핀테크 센터장과 파울 웡 스텔라 개발사 CBDC 담당자, 라귤란 패시 서클 아시아태평양 VP, 이안 테일러 크립토UK&KPMG가 패널로 참여했다.
마사키 베쇼 일본 중앙은행 핀테크 센터장은 "현재 일본 CBDC 산업은 파일럿 단계"라며 "일본 뿐 아니라 각국 중앙은행이 CBDC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며 오픈플랫폼 혁신제로서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스텔라 개발사는 "CBDC가 국가별로 설계되어가는 과정인데, 어떻게 설계되느냐를 두고도 다양한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텔라 측은 "예를 들어 CBDC는 완전익명형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다"며 "다만 만들었을 때 '누가 얼마나' 쓸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CBDC 발행이 초래할 단점이나 활용 가치 부족 등이 지적되는 가운데, 정부가 아무도 안 쓰는 화폐를 개발하려고 돈과 시간을 쏟는 모양새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며 "그렇게 된다면 CBDC는 좋은 것이 아니게 된다"고 말했다.
활용도가 언급되자 라귤란 패시 서클 아시아태평양 VP는 "CBDC에 대해 이런 우려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이유는 아직 활용 사례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여러 국가의 정부가 CBDC 개발에 집중하는 것을 두고 뒤쳐진다는 불안감에 기인한 움직임, 즉 포모(FOMO)라고 봤다.
라귤란 패시는 "활용 사례가 없기 때문에 이런 우려도 이해가 가긴 한다"며 "스테이블코인이나 CBDC나 글로벌 자금 관련 기술(Money Technology) 중 한 형태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파일럿 단계에 있는 CBDC가 성공하기 위해 최우선시 되어야하는 것으로는 '개인정보 보호'가 꼽혔다. 이는 생성 인공지능(AI)의 윤리적 개발과도 일맥상통한다.
스텔라는 "CBDC의 궁극적 성공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이 영역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CBDC 시장은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시민들의 수요를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웠고,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과 시장 육성을 병행하는데 어려움을 느꼈기 때문에 그 방향성을 잡는게 미흡하다는 지적도 했다.
다만 그는 "유럽 암호화폐법 미카(MiCA)가 이에 대한 중앙은행의 정보 접근 제한을 명확히 규제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스테이블코인과 CBDC 둘 중 반드시 하나를 골라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조급한 마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과 CBDC 모두 '돈의 한 형태'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또 이 두 존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 간의 빈부 격차나 인프라에 상관 없이 실생활 속에서 이들이 돈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서클은 메타(페이스북)를 예시로 들며 "전 세계 산업의 3-5%에 해당하는 인력이 메타를 사용하는 것이 굉장하지 않느냐"고 언급했다. 그는 "바로 이런 점이 핵심"이라며 "전세계 수십억 명의 이용자들이 국가 간, 개인 간의 빈부격차에 상관없이 월렛을 만들 수 있다는 점, 디지털 상품을 결제할 수 있다는 점, 결국 이를 통해 돈이 돌고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점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서클은 이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런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우리는 여기에 집중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실제 서클은 미국과의 규제 관련 마찰이 발생했을 때도 "미국은 우리의 주요 타겟 시장이 아니다"라며 서클의 타겟은 은행 인프라가 자리잡지 못해 이러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국가들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 인프라가 안정된 국가들에게 이 암호화폐는 부수적 요인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개발도상국에게는 말 그대로 생활과 직결되는 영역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법정 화폐가 불안정한 국가들에게 이는 자산을 지키기 위한 생존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