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11개 국가가 중앙은행발행디지털화폐(CBDC)를 도입했고 103개국이 개발, 파일럿 단계에 있으며 이들 국가의 글로벌국내총생산(GDP) 비중은 95% 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 미국이 도매 CBDC 실험을 실시하면서 G7 모두 개발단계에 진입 했으며 G20국가 중 18개국이 개발하고 있다. 이 중 7개국이 파일럿 단계이다.
CBDC간 디지털 통화경쟁, 민간 디지털 화폐와 CBDC간 경쟁, 지정학적인 통화경쟁 등으로 통화주권과 자주권이 중요해지면서 일부 경제적 측면에서의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가들이 도입하고 있다.
특히 도매 CBDC는 금융기관의 토큰화된 화폐의 결제 플랫폼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다른 주요 서방국에 비해 CBDC 논의가 가장 앞서 있고 적극적이며 구체적인 프로토타입(prototype)을 제시하고 있다.
유럽에서 제시하는 개인정보보호와 금융안정성 등 주요 CBDC 정책과 설계 방향은 향후 미국, 일본 등 주요 서방국가의 CBDC 설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민간화폐는 지급결제 수단으로서 다양한 혁신적인 기능을 실현시킬 것으로 기대되면서 CBDC는 결제 플랫폼으로 민간화폐는 지급수단으로 역할 분담도 전망되고 있다.
◇ 유럽연합, ‘디지털 유로’ 법안 초안 발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에서 모든 사람이 어디서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결제 솔루션인 ‘디지털 유로’ 법안 초안을 발표했다.
이번 작업은 디지털 유로화의 도입과 규제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의미가 있다.
향후 유럽의회와 이사회 간 협상을 거쳐 입법 절차가 마무리되면 유럽중앙은행(ECB)이 디지털 유로화의 최종 발행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 유로화는 이르면 2027년쯤 보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EU 각국들은 디지털 유로화의 발행과 유통, 결제 등을 위한 인프라도 단계적으로 구축할 전망이다.
디지털 유로화는 기존 유로화와 동일한 가치를 가지는 CBDC 이며 각 개인들은 자신이 가진 유로화 현금 중 필요한 만큼을 디지털 유로로 환전한 뒤, 스마트폰의 지갑 애플리케이션에 충전해 사용할 수 있다.
현재도 다양한 간편결제용 디지털 화폐들이 있으나, CBDC는 신용카드나 계좌와의 연동이 필수가 아니라서 민간 금융기관의 개입이 최소화되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만 민간은행에서의 대량 인출 가능성과 개인정보 보호 등은 과제로 지적된다.
◇ 이스라엘·노르웨이·스웨덴, '아이스브레이커' 실시
이스라엘, 노르웨이, 스웨덴 중앙은행이 지난해 9월 국경 간 소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했다.
협력 CBDC 프로젝트 '아이스브레이커(Icebreaker)'를 주도하는 국제결제은행(BIS)은 당시 성명을 통해 "CBDC가 국제 소매 결제 및 송금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연구하기 위해 세 중앙은행이 팀을 이뤘다"고 밝혔다.
프로젝트는 여러 국가 소매 CBDC 시스템의 상호 연결을 위한 핵심 기능 및 기술을 테스트한다. 소매 CBDC를 통해 적은 비용으로 즉각적인 국경 간 결제를 실행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BIS는 전 세계 61개 중앙은행이 참여하는 국제 기구다. CBDC를 포함한 새로운 금융 기술과 응용 방안을 연구하기 위해 여러 지역에 혁신 허브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아이스브레이커 프로젝트에는 BIS 혁신 허브 노르딕 센터가 참여한다.
한편 BIS는 국경 간 결제가 높은 비용, 늦은 처리 속도, 제한적인 접근성, 투명성 부족 등의 문제를 겪고 있으며 CBDC가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노르웨이, 토큰 판매‧등록 후 일반은행 CBDC 등록 주소부여
노르웨이는 현금 사용 감소에 대응하는 한편 전자결제수단의 과‧독점으로 인한 소액전자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정성 저하를 방지하고 있다.
특히 국외 전자지급결제시스템 운영회사가 자국 소액지급결제 서비스를 과‧독점함으로써 노르웨이 중앙은행이 이들을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 한다.
노르웨이 정부는 중앙은행 혹은 중앙은행의 통제를 받는 법인이 구현하고 운영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중앙은행이 토큰을 판매‧등록하고 일반은행이 고객에게 CBDC 등록 주소를 부여해 자금을 직접 이체하고, 이를 다시 물리적 장치에 충전 하는 방식을 구현하고 있다.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금융위기 상황 혹은 상용 전자지급결제시스템의 서비스 불능시 독립적인 백업솔루션 확보하고 지급결제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법화와 동일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노르웨이 중앙은행이 언급한 CBDC에 요구되는 특성은 원하는 정도의 데이터 보호 제공, 오프라인 결제 기능, 제3의 제공자를 위한 플랫폼, 통화 정책 도구, 거시 경제 모니터링 관련 정보 제공, 분산원장기술(DLT)과의 호환성, 경쟁력 있는 틈새 솔루션(niche solution) 이다.
◇ 스웨덴, 거액결제용·소액결제용 구분해 발행
스웨덴은 CBDC 파일럿을 통해 유럽에서 가장 앞서가는 국가다. 자국 내 현금 사용량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 영역의 소액전자지급수단 대안이 부재이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거액결제용과 소액결제용을 구분해 발행하는데 거액결제용은 분산원장기술을 이용해 중앙은행과 금융기관 간 거액결제용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소액결제용은 금융기관들이 일반 국민에게 e-크로나(e-krona)를 분배하고 회수하는 네트워크를 통해 금융기관들이 각자의 시스템을 구현하고 운영할 것으로 예상 하고 있다.
스웨덴의 최종 목표는 온라인 투자 연계금융 개인 간 거래(P2P) 거래 기능 제공을 하는 것이며, 사용자들은 파일럿 단계에서 스웨덴 중앙은행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이후 단계에서는 중개기관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예정이다.
◇ 스위스, 도매형 CBDC 시범 사업 시작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국립은행(SNB)이 도매형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시범 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스위스국립은행이 추진하는 CBDC 프로젝트는 중앙은행과 은행 등 금융기관 간의 거래를 핵심으로 하는 도매형 CBDC로 알려졌다. 디지털화폐는 스위치 SIX 디지털 거래소에서 제한된 시간 동안만 발행, 운영될 예정이다.
이번 CBDC 시범 사업은 스위스국립은행은 지난해 CBDC 개념증명을 위한 헬베티아(Helvetia)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후속 조치로 진행되는 것이다.
스위스 정부는 CBDC는 계좌형, 토큰형, 이자 지급 여부, 익명성 수준 등의 여러 측면을 고려하여 설계 가능 하다는 입장이다.
설계에 따라 현금 또는 예금과 기능적으로 유사할 수 있어 CBDC의 도입목적에 따라 구체적인 설계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일본, CBDC 파일럿 프로젝트 진행...기본 원장 기능 보완
일본 중앙은행(BOJ)이 CBDC 파일럿 프로젝트가 지난 4월부터 진행 중이다.
BOJ는 개념증명(PoC) 실험 2단계가 지난 1년간 진행됐다. 2단계 PoC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뤄졌으며, 지난 1차에서 진행한 1년간의 실험에서 테스트했던 기본 원장 기능을 보완했다.
BOJ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에는 은행 계좌에서 직접송금할 경우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여겨지는 'CBDC 보유 상한'을 위한 기술이 테스트됐다.
단일 사용자가 여러 중개인이나 계정을 가진 경우도 포함됐으며 결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하는 사용자의 편의성이나 확장성도 논의됐다.
일본의 CBDC는 현금이 아닌 전자정보(디지털)로 발행 및 결제, 법정통화 표시, 중앙은행의 채무로 발행한다는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고, 은행 간 국제 송금 등 민간은행 이용을 가정한 홀세일형과 개인이나 기업이 결제로 이용할 수 있는 리테일형의 두 가지를 상정하고 있다.
BOJ는 오는 2026년까지 일본 국민의 논의를 통해 CBDC 발행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