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부채한도 위기를 벗어나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된 가운데 암호화폐 시장은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 3일 동안 20일 지수 이동 평균인 2만7233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연초 1만6500달러에서 시작해 현재까지 약 60% 반등했지만 최근 변동성과 거래량이 최저 수준까지 급감한 상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정부의 부채 한도를 상향하는 '국가 재정 책임법'에 서명했다.
합의안은 미국 대선 이후인 2025년 1월까지 31조4000억 달러의 부채한도 적용을 유예하고, 올해 10월 시작되는 2024 회계연도에 비국방 지출을 동결, 국방 분야 지출은 3% 증액하는 내용이다.
지난달 27일 조 바이든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도달한 부채한도 합의안은 지난달 31일 하원을, 이달 1일 상원을 통과했다.
대통령의 최종 서명으로 재무부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시한으로 제시했던 이달 5일을 단 이틀 앞두고 디폴트 위기를 모면했다.
한편, 기존에 있던 고착된 물가상승률, 경기침체 우려에 '부채한도' 증액이 시장에 미칠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암호화폐 시장 전망은 한층 복잡해졌다.
일각에선 달러와 전통 금융에 대한 신뢰 하락이 암호화폐를 긍정적으로 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토로 시장 애널리스트 조시 길버트(Josh Gilbert)는 코인텔레그래프에 "비트코인은 기존 금융 시스템 외부에 자리한 안전 자산"이라면서 "부채한도 드라마에서 비트코인은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관점은 미국 달러가 약화될 것이라는 관측 속에 두드러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비트코인닷컴에 따르면 투자 운용사 디비어(Devere) 그룹의 나이젤 그린(Nigel Green) CEO는 "부채한도 사태 속에 세계 준비 자산이자 안전 자산으로서 달러의 신뢰도가 낮아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 부채의 정치적 무기화는 정부의 재정 관리 능력에 대한 우려를 야기하고, 미국 정부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약화시킨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더 많은 해외 투자와 자본 유입을 위해 자국 통화의 글로벌 확산과 투자 매력 개선을 추진 중인 미국의 주요 지정학적 라이벌 중국에게 궁극적 선물"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31일(현지시간) 래리 핑크 블랙록 CEO도 부채 문제가 풀리더라도 미국 달러의 신뢰도는 이미 잠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채무한도 드라마가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면서 "상업용 부동산 같은 문제가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그는 물가 문제가 아직 풀리지 않았다면서 시장을 압박해온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전반적인 물가 압력이 완화됐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두 차례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미국에 경기침체가 발생하더라도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러 거시경제적 요인과 해석이 나오면서 시장 향방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2일 낙관적인 5월 고용 데이터에 시장은 상승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비농업 부문 일자리는 예상치 19만개를 넘어 33만9000개 증가했지만 실업률은 3.7%로 2022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실업 수준을 보였다. 아울러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임금 상승률이 둔화되는 모습도 확인됐다.
이에 6월 13일과 14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 동결 확률이 금리 인상 확률을 크게 추월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동결이 76.4%, 0.25%p 인상 확률은 23.6%로 나타나고 있다.
주식 시장이 특히 큰 상승 반응을 보였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 상승하며, 2020년 1월 이후 처음 6주 연속 상승 기록을 올렸다.
암호화폐 시장도 소폭 상승했지만 주식 시장 대비 오름세가 제한적이었다.
피오나 신코타 시티 인덱스 수석 시장 분석가는 암호화폐 시장이 여전히 거시 경제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면서, 비트코인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피벗(정책 전환)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씨티그룹 리서치 전략 전문가들은 은행권 위기에 따른 유동성 경색과 부채한도 증액에 따른 어음 발행 급증이 발생할 경우 위험 자산인 암호화폐가 부정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다면서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다.
코인텔레그래프는 "20일 이동평균선이 균일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상대강도지수(RSI)는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현재 저항선을 돌파하면 최대 3만1000달러까지 반등할 수 있지만 지지선인 2만5250달러가 무너지면 2만 달러까지 밀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