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화 당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이번주 시장 향방을 결정지을 중요한 통화 정책 회의를 앞두고 있다. 시장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마지막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일 기준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융 시장은 연준이 오는 3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확률을 97.4% 확신하고 있다. 시장 예상이 맞을 경우 미국 연방기금금리는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5.00-5.25%로 조정된다.
연준이 이번 5월 금리 인상 주기를 마무리 지을지, 6월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둘지는 미지수다. 현재는 5월 인상 후 동결 확률이 74.6%를 기록하고 있다. 5.25-5.50%까지 상향 조정될 확률은 23.4%로 나타나고 있다.
연준 목표치인 2%를 크게 상회하는 물가상승률, 역대 최저 실업률, 안정적인 업황 및 기업 실적 등이 금리인상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6월 9.1%에서 크게 개선됐지만 여전히 기대보다 더 느리게 하락하고 있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5%를, 개인소비지출(PCE)은 4.2%를 기록했다.
대기업들이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했지만 고용 시장 수급 불균형은 계속되고 있다. 여전히 수요 측면이 강하고 물가 상승에 기여하는 임금 인상 움직임도 남아있다. 지난주 미국 신규 실업수당청구건수는 23만건을 기록하며 예상치 24.8만건을 하회했다.
미국 민간 제조 업황은 개선 조짐까지 보이며 시장이 긴축 상황이 견딜 만하다는 신호를 보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집계한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1로, 예상치를 웃돌랐고, 전월치 46.3보다 개선됐다. S&P글로벌의 4월 제조업 PMI는 50.2로 집계됐다. 6개월 만에 50선을 웃돌면서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일각에선 높은 금리가 시장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는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최근 퍼스트 리퍼블릭은 은행권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3월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니처은행에 이은 세 번째 파산에 은행 시스템 신뢰가 흔들렸다. 은행 위기는 향후 기업 대출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기업 실적과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연준은 은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과 물가를 잡는 방안은 다르다면서 은행 위기로 인해 물가 진정 작업을 멈출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제로 수준에 있던 금리를 단기간에 5%대까지 끌어올린 점과 파산 은행에 대한 감독 부족이 확인된 상황에서 물가 진정을 위한 추가 금리 인상이 전면적인 경기 침체를 촉발할 경우, 통화 당국은 관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이미 몇몇 지표에서 경기침체 기미가 확인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역시 경제 성장률이 서서히 둔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상무부는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1%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3분기 3.2%, 4분기 2.6%에서 크게 낮아졌고 시장 전망치인 2.0%를 크게 밑돌았다.
미국 경제 악화 및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1월 소비자 신뢰도 역시 하락했다. 지난달 31일 콘퍼런스보드가 집계한 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07.1을 기록, 직전월 기록인 109과 예상치 109.5를 하회했다.
미국 정부가 내달 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도 연준 결정을 제한할 수 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부채 한도 문제가 연준의 문제가 아니며 재정 당국이 관여하고 의회가 처리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의적절하게 (부채한도를) 증액하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라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미 연준이 경제와 금융 시장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아직 부채 한도 상향 문제는 의회에 교착 상태로 남아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케빈 매카시(Kevin McCarthy) 하원 의장에게 6월 1일부터 정부가 채무불이행 상태가 될 수 있다며 의회에 부채 한도 조정을 압박하고 있다.
라이언 스위트(Ryan Sweet) 옥스포드 이코노믹스 수석 경제학자는 28일 보고서에서 연준이 위험 수역을 항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궁지에 빠지지 않기 위해 앞으로 지침을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음 회의에서 접근 방식 조정 여지를 남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마크 잔디(Mark Zandi) 무디애널리틱스 수석 경제학자는 지난달 30일 트위터를 통해 "경제 회복력과 합리적인 정책 수립이 전제된다면 향후 12개월 내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면서 전제 조건으로, 연준이 이번 주 0.25%p 인상 후 금리 인상을 멈춰야 하고, 의회가 부채 한도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