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장관은 국가가 월가 예상보다 빠른 내달 1일부터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의회의 부채한도 증액을 압박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케빈 매카시(Kevin McCarthy) 하원 의장에게 보낸 1일자 서한에서 의회가 부채 한도를 인상하거나 유예하지 않을 경우 빠르면 6월 1일부터 정부의 상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 정부의 부채 상한선은 31조4000억 달러(한화 약 4경2120조원)이다.
재무장관은 "지난 1월 13일자 서한에서는 6월 초 전에 현금과 재무부의 특별 조치가 소진될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지만, 최근 연방 세수를 검토한 결과 6월 초부터 정부 의무를 이행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날 의회예산처(CBO)도 "4월까지의 세수가 지난 2월 예상한 것보다 적었다"면서 "6월 초 재무부 자금 고갈 위험이 훨씬 클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월가 예상보다 훨씬 일찍 국가가 채무불이행 상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주 골드만삭스는 줄어든 세수를 감안해서도 채무불이행 가능 시기는 7월 말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재무장관은 "해당 추정치는 현재 이용 가능한 데이터에 기반한 것으로, 연방 수입과 지출이 가변적인 만큼 정확한 날짜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재무부의 특별 조치가 소진되는 실제 날짜는 이보다 몇 주 더 늦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재 추정치를 고려할 때 의회가 부채 한도를 늘리거나 유예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 "의회가 가능한 한 빠르게 조치하여 정부가 채무를 이행할 것이라는 장기적인 확신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막판까지 채무 한도 유예 및 증액 조치를 보류하는 것은 기업과 소비자 신뢰에 심각한 해를 끼치고 납세자의 단기 차입 비용을 증가시킨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 신용 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그는 "의회가 채무 한도 증액에 실패할 경우 미국 가계에 심각한 어려움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 글로벌 리더십 지위에 해가 될 뿐 아니라 국가 안보 이익을 방어할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무장관은 부채 한도 관련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주 정부 및 지방 정부 시리즈(SLGS) 재무증권 발행도 중단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6일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는 하원의회는 정부 부채 한도 상향에 정부 지출 삭감 조건을 건 법안을 가결했다.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낮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거부권 행사 의사를 밝힌 상태다.
백악관은 부채 상한선 인상에 대한 막판 합의를 위해 작업하고 있다. 1일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공화당 상·하원 지도부와 통화하고 오는 9일 백악관에 모여 부채한도 상향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