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추가 금리인상이 불필요하다고 보는 반면 일부 연준 인사나 더블록 CEO 는 아직 긴축이 더 필요하다고 보는 등 미국 주요 인사들의 금리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현지 매체의 단독 인터뷰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는 등 신중한 정책을 펼치고 있어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이 없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지난달 SVB와 시그니처은행 파산 여파를 막으려는 정책적인 조치로 예금 유출이 안정화되고 상황이 진정됐다고 본 것이다.
그는 "이런 환경에서 은행들은 좀 더 신중해지려고 한다"며 이미 대출 기준을 강화하던 은행들이 이번 일로 대출 제한을 더 강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이런 움직임이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필요성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옐런 장관은 아직 자신의 기존 경제전망을 바꿀 정도로 극적으로 충분한 변화는 보지 못했다고 했다.
또 "강력한 노동 시장을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강한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 감소는 양립 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인플레이션을 부추긴 공급망 병목 현상이 해결되기 시작했다"며 "부동산 가격 역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동시장이 더 느슨해지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 실업률은 증가하고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3만 9천건으로 전주 대비 1만 1천건 증가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23만 5천건)를 웃도는 결과다.
옐런은 "앞으로 실업수당 청구 증가, 일자리 감소 등 노동시장 스트레스도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한 우크라이나 전쟁, 식량·에너지 가격 상승 등 다양한 요인들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연준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알려진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텍사스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고용시장이 여전히 타이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인플레이션도 목표치를 훌쩍 웃돌고 있어 추가적인 긴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란타 총재도 같은 날 한번 더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래리 핑크 블랙록 CEO 또한 긴축이 더 필요하다고 봤다.
래리 핑크는 더 나아가 연준이 추가로 2~3차례 금리인상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16일(현지시간)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아직 잡히지 않고 있다"며 "연준이 2~3차례 금리인상을 더해 금리를 0.5%포인트~0.75%포인트 정도 끌어올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4.75%~5.00%에 있다. 래리 핑크의 예상대로라면 미국의 기준금리가 5.50%~5.75% 범위까지 올라간다.
핑크는 또 "대형 은행 시스템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며, 전세계적으로 훌륭한 운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소규모 지역 은행의 경우 실제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많은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 중 하나는 "신뢰가 다소 상실된 것"이라고 봤다. 또 "우리는 몇 주 만에 수천억 달러의 예금이 대형 은행, 단기금융시장 펀드, 채권 및 ETF로 빠져나가는 것을 봤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미국의 금리인상을 두고 미국 내 전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연준 내부에서도 금리인상에 대해 이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연준은 대부분 만장일치로 금리인상을 결정해 왔다.
한편 최근 공개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관계자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경제가 '경미한 침체'(mild recession)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는 실리콘밸리은행 사태로 촉발된 은행 위기가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진단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