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 '암호화폐' 허브 도시로 도약 중인 가운데, 중국 5대 상업은행 '교통은행' 홍콩 지부가 암호화폐 기업에 협력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매체는 암호화폐 관계자들을 인용해, 교통은행 홍콩 지부가 당국 허가를 받은 다수의 암호화폐 기업에 협력하고 있으며, 다른 기업과도 계좌 개설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이 친화적 규제 입장을 내놓으면서 현지 일부 은행들은 직원 급여 지급 등 일반 운영에 사용할 수 있는 예금 계좌 개설뿐 아니라, 암호화폐 거래 정산 등 기피해온 업무까지 지원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지난 14일 홍콩 디지털 자산 서비스 업체 해시키 그룹(HashKey Group)은 규제 허가 거래소 '해시키 프로' 출범 계획을 공개하며, ZA뱅크와 교통은행 홍콩 지부가 법정화폐 입출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ZA뱅크는 2018년 설립된 홍콩 최대 온라인 은행으로, 마윈 알라바바 창업자, 마화텅 텐센트 회장 등이 세운 인터넷 보험사 '중안보험' 산하 계열사다.
데븐 신(Devon Sin) ZA뱅크 측은 "해시키 프로는 거래소 자금과 고객 자금을 미국, 홍콩, 중국 법정화폐로 별도의 계좌에 예치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
그는 "ZA뱅크는 허가받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정산 계좌를 개설하기 시작한 신규 은행 중 한 곳"이라면서 "많은 은행들이 전통 증권사에는 제공하지만 암호화폐 기업에는 제공하지 않았던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암호화폐, 블록체인, 규제 기술 기업을 포함한 새로운 웹3 고객사를 확보했다"면서 "홍콩에서 허가를 받았거나 허가를 신청한 암호화폐 거래소에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커스터디 솔루션 제공업체 코보(Cobo)의 최고경영자 시싱 마오(Shixing Mao)는 "미국이 감독을 강화하면서 서구권 은행은 암호화폐 기업 지원을 꺼리게 될 수 있다"면서 "반대로 중국계 은행은 시장을 탐색하고, 기회를 잡기 위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뱅킹과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위스 '세바(SEBA)' 은행도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허가 작업을 추진 중이다.
에이미 유 세바 은행 아시아태평양 부문 대표는 "지난달 암호화폐 친화적인 시그니처 은행과 실버게이트 은행이 문을 닫은 후 아시아 지역 잠재 고객사 문의가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소식은 홍콩 정부가 암호화폐 산업을 키우기 위해 친화적인 기조로 돌아서고, 중국 시장 재개방의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나왔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는 오는 6월 중앙화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시행할 계획이며, 통화 당국은 스테이블코인 정책을 마련 중이다.
저스틴 선 트론 창시자는 지난해 말 "홍콩은 중국의 규제 실험장"이라면서 이 같은 수용적인 행보가 중국 규제 개선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