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와 은행 위기 긴장감이 팽팽한 가운데 암호화폐가 독자적인 자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시장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암호화폐 금융 서비스 업체 갤럭시디지털(Galaxy Digital)은 20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 강세 전망을 뒷받침할 온체인 데이터와 공급량 데이터를 공유했다.
◇ 은행 위기 속 반등한 '비트코인'
비트코인은 여전히 거시경제권 아래 있지만 은행 위기가 시작된 이후 크게 반등했다. 지난 10일 실리콘밸리 은행이 문을 닫은 이후 비트코인은 45% 상승했다.
위험자산 투자에 따른 초과수익률을 반영한 샤프지수(Sharpe ratio)에 따르면 올해 비트코인은 주식, 채권, 지수, 상품 대비 압도적인 실적을 보였다. 메타, 애플, 테슬라 등 대형주 실적도 능가했다.
비트코인은 올해뿐 아니라 최근 1년 기간을 제외한 모든 기간 동안 상위 실적 자산에 올라있다.
특히 1월과 3월 큰 상승 움직임이 있었다. 1월은 지난해 말 FTX 폭락이 촉발한 하락에 대한 되돌림 현상으로, 3월은 은행 위기 속에 안전자산이라는 기대감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 18개월 동안 상당히 높아졌던 비트코인과 주식 시장 상관관계는 몇 달 전부터 낮아지기 시작해 은행 위기가 확산한 지난 2주간 동안 더욱 약화됐다.
반대로 비트코인과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간 상관관계는 급격히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갤럭시디지털은 "최근 비트코인은 위험자산이 아닌 안전자산과 같은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이어 "부분지급준비금 제도와 기존 은행 시스템을 시험한 이번 은행 위기 사태는 비트코인이 자체적인 특성과 자가 수탁을 통해 차별화된 안전자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은 이 같은 내러티브를 통해 암호화폐 시장 자본을 흡수할 뿐 아니라 일반 투자 시장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 현물 시장이 이끈 반등 흐름
시장 지표는 선물을 통한 레버리지 투기 활동이 아니라 비트코인 현물을 매집하는 움직임이 반등을 촉발했음을 보여준다.
현물 시장은 올 들어 60% 이상 상승했는데 선물 자금 유입 및 베이시스(basis, 현물-선물 가격차)는 이전 수준에서 큰 변동이 없었다.
종합 선물 미결제약정 규모가 늘긴 했지만, 다른 반등 상황과 비교했을 때 증가폭이 적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선물 거래량과 미결제약정도 이전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이는 기관 투자자들이 대부분 선물이 아닌 '현물'을 통해 매집 중이거나 아예 진입 전이라는 뜻이 된다.
무기한 선물 펀딩비(Perpetual swap funding)는 마이너스 범위를 벗어나며 숏 포지션(하락 베팅)에 쏠린 선물 균형이 회복됐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큰 변동은 없었기 때문에 시장이 여전히 투기 상태에 돌입한 것이 아님을 나타내고 있다.
◇ 비트코인 70% 이상 수익 상태
온체인 지표를 통해 본 비트코인 공급량 데이터도 강세를 가리키고 있다.
전체 공급량 중 수익 상태인 비트코인 비율, 즉 온체인에서 마지막으로 움직인 시점 가격이 현재보다 낮았던 비트코인 비율은 75%로, 2022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0~686 달러 사이에 거래되고 이동이 없는 비트코인은 전체 공급량 약 21%다.
해당 물량을 제외하고 보면 투자자들이 최근 1만5500~1만7000 달러에서 저점 매집 기회를 잡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1만8000~2만5000 달러 범위에서 매입된 물량도 상당하다.
사용된 비트코인의 달러 실현가를 생성가로 나눈 '보유기간 대비 수익률(Spent Output Profit Ration, SOPR)'을 통해서도 비트코인 공급 물량의 손익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이달 SOPR은 1을 넘어 이용자가 획득한 코인을 더 낮은 가격에 소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1년 전보다 개선된 수준을 나타냈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상승할 때 나타나는 움직임으로 강세장 신호가 될 수 있다.
◇ 계속되는 비트코인 매집...보유 주소 4500만개
온체인 데이터는 비트코인 축적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잔액이 0이 아닌 비트코인 보유 주소는 4500만개까지 증가했다. 비트코인이 수령한 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매집 주소' 수 역시 지난 한 달 간 급증해 약 80만개를 기록하고 있다.
◇ 비트코인 장기 보유 추세 강화
비트코인을 공급 시기별로 분석한 결과, 장기 보유 추세도 더 강해졌다.
비트코인 공급량 중 지난달 이동한 물량은 약 7%로 역대 최저치에 근접했다. 1년 이상 이동하지 않은 물량은 66% 이상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보였다.
고래(1000 BTC 이상) 보유자는 줄었지만 소액 보유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고래 보유자 수는 특히 FTX 폭락 이후 급감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보유 물량에 대한 수탁 방식 다각화했거나 완전히 처분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반대로 10 BTC 미만을 보유한 주소들은 매달 3만 BTC를 매집하고 있다. 일일 비트코인 생성량 900 BTC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대형 보유자인 암호화폐 거래소의 비트코인 물량도 빠르게 줄고 있다.
2020년 초 300만 BTC를 넘어섰던 거래소의 보유 물량은 현재 220만 BTC 상당으로, 2018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올해 비트코인이 반등하면서 채굴 산업발 매도세는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약세장이었던 지난해 상장 채굴업체는 운영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비트코인 보유량을 처분해 시장에 큰 매도 압력을 만들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25% 비중을 차지하는 상장 채굴기업은 작년 6월 1만4883 BTC를 매도했다.
올 들어 시장이 다소 안정화됐지만, 채굴업체는 이전의 호들(HODL, 장기 보유) 전략을 벗어나 최소 운영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처분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상장 채굴 기업은 지난해 12월 5881 BTC를, 올해 1월 6685 BTC를, 지난달 5533 BTC를 처분했다.
◇ 비트코인 공급 이슈...반감기·마운트곡스 보상
비트코인은 두 가지 주요 공급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 하나는 비트코인 공급이 줄어드는 강세 이벤트, 다른 하나는 공급이 늘어날 수 있는 약세 이벤트다.
네 번째 반감기 비트코인의 다음 반감기는 2024년 4월로 예상된다.
반감기는 4년마다 비트코인 보상이 절반이 되는 이벤트다. 현재 보상 수준인 6.25 BTC에서 3.125 BTC로 줄어든다.
반감기 진행 이후 하루 약 450 BTC가 생성될 전망이다. 네트워크 인플레이션 비율은 1% 미만이 되는데 이는 금, 은 등 대표적인 가치 저장 수단보다 낮은 수준이다.
현재까지 비트코인 반감기는 2012년, 2016년, 2020년 세 차례 있었다. 신규 발행량 감소에 따른 대규모 가격 상승 움직임을 동반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시장이 과거 경험을 통해 이미 반감기 효과를 가격에 반영했다'는 주장, '이전과 비교해 인플레이션 감소폭이 크지 않다'는 주장 등 반감기로 인한 가격 상승이 극적이지 않을 것이란 회의론도 있다.
마운트곡스의 비트코인 상환 2014년 해킹을 당해 파산한 암호화폐 거래소 마운트곡스가 채권자에 비트코인 상환을 시작할 예정이다.
채권자는 올해 예정된 상환 기간에 회수 가능 금액의 90%를 조기 지급받을지 아니면 더 높은 회수율로 자금을 받기 위해 기다릴지 배상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배상 방식 선택 및 정보 입력 기간은 4월 6일까지이며 상환 절차는 10월 31일부터 시작된다.
2019년 9월 자료에 따르면 마운트곡스 파산관재인은 14만1686 BTC(33억 달러, 한화 약 원), 14만3000 BCH(1900만 달러, 한화 약 원), 현금 690억엔(한화 약 원)를 보유하고 있다.
마운트곡스 관련 물량은 전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16% 수준이다. 이에 대규모 덤핑 우려가 있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해당 이벤트가 비트코인 가격을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채권자들이 저가 매입한 초기 비트코인 채택자이거나 대형 투자펀드이기 때문에 변제 즉시 매각을 진행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달 초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마운트곡스 최대 채권자인 '마운트곡스투자펀드'는 비트코인과 현금 7:3 비율로 회수 가능 자금의 90%를 받을 예정이며, 이를 매도하지 않고 계속 보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