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대출 기업인 제네시스 글로벌과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까지 FTX 파장이 확산되면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열흘 만에 연 최저점까지 밀려났다.
메이저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극적 붕괴 이후 지난 2주 동안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하방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
창펑 자오 바이낸스 CEO가 FTX 토큰 'FTT'를 처분한다고 밝힌 시점인 지난 6일 이후 암호화폐 시장에서 증발한 가치는 약 2600억 달러(한화 약 351조원)에 이른다. 현재 시총은 7891억 달러로, 작년 1월 수준까지 감소했다.
22일 오후 2시 기준 토큰포스트 시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1만5810달러, 이더리움은 1100달러로, 2020년 말과 비슷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데이터 제공업체 카이코가 부문별 상위 5개 토큰의 복합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FTX 붕괴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부문은 '레이어 1' 토큰 부문이다.
이달 비트코인이 18.8% 하락하는 동안 레이어 1 토큰은 34% 급락했다. FTX와 연계된 솔라나(SOL)의 실적을 반영하지 않은 경우에도 레이어 1 토큰 실적이 가장 저조했다. 같은 기간 디파이 토큰은 25%, 탈중앙화 거래소(DEX) 토큰은 16.1% 빠졌다.
사진=부문별 상위 5개 토큰의 복합 수익률 그래프 / 출처 카이코
FTX와 자회사 130여곳은 운영 및 재정 상의 부실이 드러나면서 11일 파산을 신청했다. 채권자는 약 100만명으로 추정되며 이중 상위 50대 채권자에 대한 채무만 31억 달러(한화 약 4조1732억원)에 달한다.
FTX는 파산 직후 해킹을 당해 4억7700만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를 소실하기도 했다. 블록체인 기록에 따르면 해커는 상당한 이더리움을 보유 중이며 이중 일부를 다른 자산으로 처분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를 "이더리움이 비트코인보다 더욱 급격히 하락한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뱅크 애널리스트인 유야 하세가와는 "(FTX 해커의 이더리움 처분이) 이더리움에 대한 직접적인 매도 압력을 더하면서 비트코인과 다른 토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FTX 붕괴가 추가 파산을 촉발할 수 있는 상황에서 시장은 여전히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루노의 비제이 아이야 이사는 CNBC에 "FTX에 노출된 추가 파산 기업이 나올 수 있어 시장이 관망에 들어갔다"고 진단했다.
암호화폐 인플루언서 '앤드류'는 제네시스의 모기업인 디지털커런시그룹(DCG)의 파산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DCG는 비공개 약속 어음을 통해 자회사 제네시스에 11억 달러 이상의 빚을 지고 있기 때문에 제네시스가 망하면 DCG도 망할 것"이라면서 "이것이 DCG가 10억 달러 자금 조달에 실패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FTX에 자금이 묶인 제네시스는 지난 16일 대출금 상환 및 신규 대출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제네시스와 협력했던 그레이스케일과 제미니 등도 사업에 타격을 받고 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관계자를 인용해 "제네시스가 바이낸스와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에서 자금을 조달하려 했다"면서 "바이낸스는 잠재적인 이해 충돌을 이유로 투자를 거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제네시스 대변인은 "파산 신청을 할 계획은 없다"며 수습에 나섰다. 기업은 "파산 신청 없이 합의를 통해 현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계속해서 채권자들과 건설적인 대화를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노만 셰이크 웨이브파이낸셜 재무 총괄은 코인데스크에 "DCG와 제네시스의 자본 조달이 이번주 시장 흐름을 결정 짓는 큰 이벤트가 될 것"이라면서 "결과가 좋으면 단기 상승, 결과가 나쁘면 시장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