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 세계는 코로나 펜데믹 후유증에 의한 고물가, 고물가를 진정시키기 위한 자이언트 스텝, 고금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 갈등과 국제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전대미문의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코로나 펜데믹 과정에서 호황을 누리던 위험자산인 디지털 자산, 주식, 부동산 시장도 더불어 그 끝을 모르는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면서 투자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매서운 북풍한설이 몰아칠 때에 봄을 대비하는 지혜를 모으고 행동으로 실천할 때에 비로소 미래의 달콤한 과실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반도체 수요 위축과 과잉 재고로 가격이 급락함에 따라 반도체 생산을 감산하지 않으면 가격 하락이 더 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 세계 모든 반도체 회사들은 인위적 감산과 투자 축소에 나서고 있다. 오직 삼성전자만 인위적 감산을 하지 않고 오히려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그 사유는 경기 침체기가 끝나고 호황기에 급증하는 반도체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이를 통해 시장 점유율 확대,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회사가 성장했던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자산 역시 지금과 같은 혹한기가 제도와 정책 정비의 적기라는 의견이 많다. 이미 다양한 제도를 구축한 외국과 달리 지난 정부 5년 동안 주무부처도 지정하지 않은 채 초법적 규제, 의도적으로 디지털 자산을 방치한 우리나라는 더더욱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하는 절박함이 있다.
제도화의 방향은 ▲투자자 보호를 우선으로 하면서 ▲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산업 육성과 생태계를 확장하는 세 가지 방향이 균형을 이루는 가운데 궁극적으로는 ‘디지털 자산 글로벌 허브 Korea 구축’이라는 방향성을 가지고 진행되어야 한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디지털 자산을 국정과제 및 경제 정책으로 채택하고 입법 제도화와 정책화, 시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첫째, 디지털 자산을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채택하고 방향성을 제시한 데 이어 금융위원회를 주무부처로 지정함으로써 디지털 자산에 대한 ▲국내외 모니터링과 다양한 연구조사 ▲입법 제도화 방안 강구 ▲구체적인 정책과 시책수립 및 집행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둘째, 지난 6월 발표한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과 지난 7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빅블러, 디지털화에 대응한 금융규제 혁신계획’의 ‘디지털 금융 혁신을 위한 신기술 활용 인프라 등 구축’ 분야에 디지털 자산이 포함됨으로써 디지털 자산을 금융 분야 국정과제에 포함해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셋째, 증권형 디지털 자산(STO)을 제도권으로 진입시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미 지난 2017년 9월 가상통화공개(ICO) 금지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다수의 국가들이 증권형 가상통화는 증권법에 따라 규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임 정부는 증권형 가상통화의 제도권 진입을 추진하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실책(?)을 범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지난 5월 발표한 디지털 자산 국정과제에서 증권형 디지털 자산은 증권법에 의해 규율하는 것이 국제적인 대세임을 감안해 증권형 디지털 자산은 기존 자본시장법 체제에 의해 규율해 나가겠다고 적시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새 정부의 국정 방향에 의한 후속 조치를 속도감있게 추진하고 있다.
우선, 지난 4월 20일 뮤직카우의 음악청구권을 기존 자본시장법에 의한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결정하고 6개월 간의 유예기간 동안 자본시장법에 의한 후속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이어서 지난 4월 28일에는 기존 자본시장법 제4조 6항에 근거, 개괄적인 신종증권(투자계약증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9월 ‘증권형 토큰 발행과 유통체제 정비방향’ 세미나를 통해 구체적인 추진 방향을 밝히고, 그에 따른 후속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넷째, 우리나라 디지털 자산의 모든 문제의 출발점은 디지털자산법 부재이며, 해결대안 또한 조속한 디지털자산법 제정 및 시행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주장해 왔다.
여당인 국민의힘 디지털자산특위(위원장, 윤창현 국회의원)에서는 그간 디지털 자산의 초국경성을 감안해 이미 확정된 유럽연합(EU) 암호자산법에 이어 미국 연방정부 차원의 범정부 가이드라인까지 수용하여 빠르면 올해 말에 정부 측 의견까지 포함한 정부여당 통합 디지털자산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혀 왔다.
하지만 최근에 글로벌 가이드라인까지 무작정 기다리기보다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통해 이용자 보호 규율 체계를 우선 마련해 시행해 가면서 ▲글로벌 가이드라인 수용과 함께 ▲산업 생태계 획장 등 디지털 자산의 본질적인 특성에 맞는 내용은 내년 정기 국회에서 보완하는 단계적 제도화를 추진하기로 방향을 변경했다.
디지털 자산의 급속한 성장 및 이용자 증가와 함께 경찰이 발표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투자자 피해도 2018년 1700억원에서 지난 해는 18배 이상 증가한 3조 1300억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더 이상 입법을 지체해선 안되겠다는 절박감도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윤창현 국민의힘 디지털자산특위 위원장은 지난 10월 31일 ‘디지털 자산 시장 공정성 회복과 안심거래 환경 조성법 제정안(약칭 디지털자산법 제정안)’를 대표 발의하고 가급적 올해 중 국회 통과를 목표로 법안 심사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법 제정안에는 ▲이미 국회에 계류 중인 14개 법안 중 공통적인 이용자 보호 및 불공정 거래 금지 규정을 반영하고, ▲예치금 등 이용자 자산 보호, 시세 조종 및 미공개 정보 이용 등 불공정 거래 금지, 시장감시와 신고의무 부과 등 자율감시 등에 집중하는 한편, ▲이러한 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벌칙 규정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업무는 금융위원회 산하에 증권선물위원회와 같은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신설하여 담당하도록 하고, 디지털 자산의 특성을 감안해 위법 혐의에 대한 신속한 조사를 할 수 있도록 담당 공무원에게 압수 및 수색권을 부여하는 한편, 감독검사 및 시정명령, 영업정지, 수사기관 고발 처분 권한도 규정하고 있다.
특히 내년도 정기국회에서 디지털 자산의 본질을 감안한 보완입법을 할 수 있도록 금융위원회로 하여금 전문기관 연구 등을 통해 대안을 마련하여 내년 정기국회 전에 보고하도록 부칙에 규정하고 있다.
부칙 내용은 ▲디지털 자산 발행과 유통,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해상충 해소 방안 ▲증권형 토큰(STO) 및 유틸리티 토큰 등 스테이블 토큰 규율체계 ▲디지털 자산 평가 및 자문업, 공시업 규율 체계 ▲신뢰성있고 합리적인 디지털 자산 정보 제공을 위한 통합전산시스템(통합 시세 및 공시 등) 구축 운영 방안 ▲실제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가 해킹 등 사고과정을 입증하기가 불가능하므로 전자금융거래법과 유사한 입증 책임 전환 대책 ▲설명의무, 명의대여 금지, 유사수신과 방문판매 금지 등 영업행위규율 대책 등을 부칙 2항에서 4항에 규정하고 있다.
특히 부칙 6항에는 현재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신고수리한 27개 거래소 중 은행 실명계좌를 받은 원화 거래소는 5개에 불과하고, 은행계좌를 받지 못한 코인마켓거래소는 81.5%인 22개나 되는 점을 감안해 금융위원회는 ‘은행이 사업자에게 공정하고 투명한 방법과 합리적인 기준에 의해 실명계좌를 발급할 수 있도록 은행의 절차와 기준을 점검하고, 입법의견을 포함한 개선방안’을 내년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업무 보고 전까지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의 디지털자산법 제정안에 대해 일부에서는 다양한 비판들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금융위원회가 디지털 자산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규제 중심으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다.
KDA는 지난 3.9 대선 과정에서 금융적 속성과 실물적 속성, 신산업적인 디지털자산 특성을 감안해 ▲장관급 부처를 신설해야 하며 ▲장관급 부처 신설이 어려우면 우체국 금융과 블록체인을 담당하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담당하게 하는 대안을 도출하고 국민의힘 선대위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등에 이미 정책 건의을 하고 지속적으로 협의해 왔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과정에서 차관급 디지털산업진흥청을 신설하여 부처간 협의체 및 민산학계와의 소통 구심체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KDA의 장관급 부처 신설 정책건의 및 차관급 기관 신설 대통령 공약은 정부조직법 개정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인수위원회에서는 169석의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제1당인 점을 감안해 상당기간 정부조직 개편 없이 새 정부를 운영하기로 방침을 정한 상황에서 주무부처를 금융위원회로 지정한 것은 외국 사례 등을 감안할 때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인 점이라고 본다.
이어서 거래소 규제 중심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일부 대형 거래소들은 아무런 법적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투자자와 토큰 상장사에 대한 우월적 갑의 위치에서 사업해 온 점을 감안할 때에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당연히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글로벌 브랜드 5위인 삼성전자 영업 이익률이 10%에 못 미치는 점을 감안할 때 80%가 넘는 신의 경지에 해당하는 영업 이익률이 과연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다수의 피눈물과 고통을 기반으로 소수가 이익을 독점하는 것이 과연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을까.
KDA는 ▲디지털자산법 제정안 발의를 환영하는 동시에 ▲시급한 규제 회색 지대 해소, 지나치게 모호한 규정, 산업 생태계 확장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법안 심의과정에서 다뤄 주도록 정책 건의를 하는 한편, ▲가급적 올해 중에 국회에서 통과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전임 정부가 방치해 온 디지털 자산, 해묵은 과제들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상황에서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다 보면 엄두가 나지 않아서 아예 출발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
이제는 총론적 비판이 아닌 깨알같이 구체적인 실행 대안을 제시하고 머리를 맞대어 하나하나씩 정리하고 대안을 마련해 선택하고 집행해 나가야 할 때이다.
디지털 금융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이 디지털 자산 글로벌 허브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실행 대안을 마련하고, 그 대안을 속도감 있게 진행해 나가는 데에 더불어 함께 할 것을 제안한다.
강성후 KDA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장